[대구/경북]“젊은 세대에 내고장 뿌리 알리고파”

  • 입력 2005년 1월 31일 18시 31분


“땅 이름에는 우리 고장의 역사와 선인들의 생활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정년퇴직을 5개월 앞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하종성(河鐘聲·59) 업무부장이 대구의 동네별 지명유래 등이 담긴 향토지리서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최근 ‘역사속의 달구벌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이 책은 249쪽 분량으로 대구의 구·군별 동의 이름에 대한 연원(淵源)과 유래 등 지명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1977년 대구시 총무과 시정계에 근무할 당시 마을, 산, 강 등의 지명을 조사하면서 체계적인 향토 역사·지리서 출간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 때부터 각종 문헌을 토대로 틈틈이 현장을 방문해 마을 노인의 증언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자료를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수집한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대구의 각 동 이름에 대한 유래와 얽힌 이야기는 물론 동별로 간직한 전통문화 등을 이 책에 담아 향토지리지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대구 중구의 경우 옛적부터 관청과 관련된 지명이, 동구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과 관련된 지명이 많은 이유 등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또 ‘서라벌’, ‘서울’, ‘달구벌’ 등 지명이 ‘ㄹ’로 끝나는 것이 많다든가 삼국시대의 경우 나라마다 고을이름의 형태가 다르게 사용된 점 등 중간 중간에 지명과 관련한 상식도 곁들였다.

이 밖에 조선시대의 문신 서거정(徐居正)이 대구의 아름다운 절경 10곳을 노래한 ‘십영시(十詠詩)’의 원문과 해설도 담았다.

36년간 공직에 몸담아 온 그는 책 마지막에 자신의 재직기간, 업무수행 소감 등을 남겨 당시의 공직사회 분위기 등을 진솔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는 이 책(권당 8000원)의 판매수익금 전액을 대구시에 전달해 뜻있는 일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유서 깊은 동네와 이름, 유래 등이 사라지기 전에 이를 한데 모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책을 펴냈다”며 “특히 이 책이 젊은 세대에게 우리 고장의 뿌리를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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