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대전 서구 삼천동 보라아파트 단지 내 둔산종합사회복지관 소강당. 이곳에 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25명이 대전 출신 민족사관고 남녀 재학생 23명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고향에서 뜻있는 일을 하기 위해 대전시가 운영하는 사회복지프로그램인 ‘복지만두레’에 참여해 이 아파트 단지에 ‘겨울방학 작은 교실’을 연 지 한달 만에 갖는 사실상의 졸업식 자리였다.
8, 9, 12평형인 이 아파트(870가구) 주민들은 대부분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는 어려운 가정이어서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할 수 없는 처지.
지난해 민족사관고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한 뒤 하버드대 등 미국 10개 명문대에 동시 합격해 화제가 됐던 박원희 양(18·하버드대 1년)의 어머니 이가희 씨(42)가 이번 만남을 주선했다.
수업은 매주 월∼목요일(오전 9∼12시)까지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목요일 마지막 시간에는 ‘선생님’과 제자의 대화시간도 마련됐다. 또 민족사관고 학생들의 부모가 종종 찾아 논술강의도 하고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문정중 1학년 윤주영 군(15)은 “너무 똑똑한 형, 누나들이라 처음에는 걱정도 했으나 자상하게 가르쳐줘 2학년 수업에 자신이 생겼다”며 “다시 온다고 한 여름방학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민족사관고 국제계열 성정호 군(17)은 “공부를 가르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며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배움의 기회가 적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횡성=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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