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서경돈(徐炅敦·51) 총장은 최근 열린 취임식에서 “십자가를 짊어지는 자세로 총장직을 수행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취임사에서 ‘큰 변화의 소용돌이’, ‘생존경쟁’, ‘도태’, ‘거대한 파도’ 등 대학의 앞날을 걱정하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그는 “대학의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총장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자리”라며 “1982년 내 삶의 방향을 결정했던 사제 서품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중에 대학의 위상을 반드시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며 ‘글로벌 인재양성’과 ‘연구와 교육의 역량 강화’를 핵심과제로 꼽았다.
“우리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한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가톨릭대학과 실질적 교류를 강화할 생각이고요. 또 교수들이 학생을 위한 인성과 전공, 취업 교육 등에 몰두하도록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는 1993년부터 이 대학 신학교수로 일하면서 학생처장과 인성교양부장 등을 맡아 학교 사정에 밝다.
특히 2002년에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 프로그램에서 신학 분야에는 유일하게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그는 “현재 지방대는 학생모집 자체가 어려운 데다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수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앞으로 정원을 채우는데 급급하기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올해부터 정시모집에서 인문계열의 경우 수능 2개 영역에서 내신 5등급 이상을 입학조건으로 내걸었다.
신입생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지방대 입장에서는 ‘모험’이다.
서 총장은 “현장 적응력이 강한 인력을 배출해달라는 기업의 요구는 중요하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된 대학은 결국 ‘기능인 양성소’로 전락할 것”이라며 “대학의 생존경쟁이 치열할수록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가득 찬 캠퍼스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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