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3차 단식 투쟁 당시 정부로부터 ‘법원 항고심 결정 때까지 공사중단’과 ‘환경영향 공동 전문가 조사’를 약속 받고 58일간의 단식을 풀었던 스님은 환경부의 단독조사 강행에 항의하며 지난해 10월 27일 다시 단식에 들어갔다.
1994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승인으로 본격화된 천성산 관통 터널(원효터널·13.5km) 공사 논란은 2001년 11월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들이 법원에 ‘도롱뇽 소송’을 내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고 지율 스님은 다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법원의 결정 이후 지난해 11월 천성산 터널 공사는 재개됐고 환경단체들은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지율 스님이 지난해 2심에서 패소한 뒤에도 단식 투쟁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종교인의 생명을 건 초인적인 단식 앞에서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법에 대한 찬반을 떠나 오랜 단식에 따른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측이 공사는 계속하되 지율 스님 측이 지명하는 인사와 함께 객관적으로 환경영향 평가를 다시 하자는 중재안을 스님 측에 제시했지만 스님은 토목공사는 하되 발파작업은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이강철(李康哲)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1일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에게도 지율 스님 설득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불교환경연대에 따르면 지율 스님은 생수와 소금, 잎차만 먹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님은 하루 종일 누워 지낸다”며 “현기증과 몸이 저린 증상이 있지만 혼자 화장실에도 가는 등 아직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지율 스님은 의사의 진료를 거부하고 있으며 평소에 비해 15kg 이상 몸무게가 줄었다.
사람이 이처럼 오랫동안 단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사들 간에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오랜 수련으로 단식에 익숙하고 기초대사량도 보통 사람보다 적을 것이므로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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