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역시 이미 생에 대한 집착을 버린 듯 “여동생이 주관해, 꽃도 놓지 말고 가까운 10명 정도만 참여해 장례를 치러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法輪) 스님은 “지율 스님은 자기 자신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천성산터널 문제 해결에 더욱 관심을 가져 주길 부탁하며 ‘마지막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이 단식을 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토회관에는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각계 인사들의 방문이 2일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지율 스님은 오전에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法長) 스님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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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와대 측의 협조를 부탁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도 예고 없이 정토회관을 찾았으나 지율 스님과의 직접 면담은 무산됐다. 김 추기경은 “생명은 자신의 것이나 남의 것이나 모두 소중하다”는 당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 등도 정토회관을 찾았으나 특별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 채 지율 스님의 안부만 묻고 돌아갔다.
한편 여야 의원들도 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조승수(趙承洙) 의원은 1일 오후 의원 1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천성산 환경영향 평가 공동조사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도롱뇽의 친구들’ 등 환경단체들은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인근에 모여 천성산 개발 반대 및 지율 스님의 안위를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정토회 측도 3일부터 전국 각지의 신도 700명 이상이 동참한 가운데 지율 스님을 위해 기도할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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