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소설가 복거일 “자본주의는 효율아닌 正義”

  • 입력 2005년 2월 2일 18시 11분


“자본주의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소설가 복거일 씨(59·사진)가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삼성경제연구소·5000원)를 펴냈다. 140여 쪽밖에 안 되는 문고판 형식의 책이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크고 시사적이다.

복 씨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고전적 저작들과 진화심리학 등 현대 생물학 이론까지 동원해 자본주의 체제의 정의로움을 부각시킨다. 우선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거센 반감이 불고 있으며 이 반감은 우리의 안녕과 복지에 큰 위협이 될 정도라고 진단한다.

“활기찬 자본주의 덕분에 우리는 급속한 경제 사회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것은 합당하지 못한 일이에요. 더구나, 자본주의에 대한 변호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로부터 큰 혜택을 입어 앞장서서 자본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변호해야 할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투항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요.”

그는 “자본주의는 효율적이지만 정의롭지 못하다는 자본주의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근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자본주의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체제보다 정의로운 체제”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재산권, 즉 사유재산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욕망에 부응하는 자연스러운 체제이고 따라서 정의롭다고 역설한다.

“소유권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누구도 자신의 힘과 시간과 돈을 들여 재산을 형성하지 않을 겁니다. 이같이 자연스러운 체제를 허물고 인위적 체제를 유지하려면 개인들의 사회적 선택을 강제할 기구가 필요한데, 이는 마치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비용이 많이 들고 사람들을 지치게 할 겁니다.”

복 씨는 주류경제학의 자본주의론에 진화심리학과 생물학적 성과까지 끌어들여 인간의 천성을 통찰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이야기하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평등에 관한 논의는 본질적으로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바탕으로 나오는 이차적 문제들에 대처하는 일을 둘러싼 논의일 뿐이지요. ‘성장 대 분배’라는 오래된 논쟁도 자본주의 체제를 뒤흔드는 본질적 문제에 관한 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전제한 뒤 나오는 ‘효율’에 관한 논의입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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