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사는 막았지만…” 천성산공사 어찌되나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15분


“스님 살렸다”3일 밤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서 지율 스님을 위해 종이도롱뇽 접기를 하던 불교 신도들이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스님 살렸다”
3일 밤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서 지율 스님을 위해 종이도롱뇽 접기를 하던 불교 신도들이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정부와 지율 스님이 3개월간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기로 3일 합의함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또다시 지연되게 됐다.

또 양측의 극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환경영향공동조사와 관련해 갈등의 소지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사업 등 다른 국책사업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양측은 공동조사단을 정부와 환경단체가 각각 7명씩 추천한 전문가 14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강진(李康珍) 국무총리실 공보수석비서관은 터널공사와 관련해 “조사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한해 공사를 일시적 부분적으로 중단할 수는 있지만 전면적인 공사 중단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이 공사의 전면 중단을 요구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비서관은 “정부는 조사단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사단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공사와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사 전면 중단 의견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예를 들어 습지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조사할 경우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하면 중단할 수 있다는 것.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발파를 중지할 수도 있지만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사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이 비서관은 설명했다.

문제는 공동조사에서 원만한 합의에 따른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인지, 그리고 최종 도출된 결과를 공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공사가 습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지율 스님 측이 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또 정부는 환경영향공동조사 결과가 환경영향평가 결과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확실치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 비서관은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승복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사단 내부에서 언제 공사를 어떤 방식으로 중단할 것인지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지율 스님 100일만에 단식 중단하기까지

3일 정부와 지율 스님(사진)이 합의한 것은 △민관 합동 환경영향공동조사 실시 △공동조사를 벌이는 3개월간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 중단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 등 3개 항이다.

정토회에 따르면 지율 스님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이하 모든 정부 담당자들이 성의를 보여 주었고, 전 국민에게 더 이상 심려를 끼쳐 드릴 수 없어 단식을 풀기로 했다”며 합의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논란이 됐던 ‘발파공사’ 부분은 양측 간에 ‘완전 중단’이 아닌 ‘공동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공사 지속’으로 합의됐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이강철(李康哲)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이 참석한 3일의 긴급회의에서는 “‘공사 중단’이라는 표현만 빼고 모두 양보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法輪) 스님은 “합의문안 그대로는 사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정부 관계자 등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내린 결론인 만큼 지율 스님도 기꺼이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율 스님은 ‘단식을 풀며’라는 글을 통해 “저의 미숙함으로 많은 분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면서 “그동안 함께해 주신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천성산 공사 경과=1992년 경부고속철도 노선이 고시된 이후 환경영향평가는 1994년 11월 환경부에서 승인함으로써 끝났다.

그러나 2001년 11월 환경단체에서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 2003년 3∼9월 발주 및 공사를 중지한 채 노선 재검토를 실시했고 그 결과 당초의 노선이 최적임을 확인해 2003년 9월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2003년 10월 지율 스님 등이 ‘착공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4월 1심에서 기각 및 각하됐고 다시 항고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공사 중지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공사가 중단됐던 천성산 구간은 지난해 11월 부산고법의 항고심 최종판결에 따라 같은 달 30일부터 공사가 재개됐다.

▶ 정부-지율스님 '천성산 합의' 논란 (POLL)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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