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前 학부과목 다시 배워라”…서울대 대학원생도 학력미달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15분


서울대가 대학원 신입생의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입학 전에 일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부 과정의 기초교육을 실시하기로 해 대학원 신입생의 학력 저하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부터 학력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된 학부 신입생들에게 입학 전 수학 영어 등의 특강을 시행한 데 이어 그 대상을 대학원생으로까지 확대한 것.

서울대는 또 일부 대학원의 정규 수업도 일부 교과목을 학부 과정을 복습하는 내용 위주로 재편하기로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3일 “대학원 신입생들의 학력을 평가한 결과 적정 수준을 밑돌아 기초교육을 시키기로 했다”며 “재학생들의 전례로 볼 때 일부 강의는 아예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워 일부 정규 과정도 학부 과목을 복습하는 내용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자연대 수리과학부는 지난달 3일부터 석사과정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3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부 과목인 대수학 해석학 수업을 6시간씩, 기하학 위상수학을 5시간씩 모두 7주 일정으로 사전수업을 하고 있다.

공과대의 경우 신입생들이 입학한 뒤 기계항공공학부나 전기컴퓨터공학부의 일부 수업에 앞서 미적분 등의 수학 기초과목을 먼저 재교육하기로 했다.

자연대 물리학부도 학부 2학년과 4학년에서 배우는 화학, 물리 등 전공 기초과목을 복습하는 내용으로 정규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대학원은 학생들이 부족한 분야의 기초과목을 학부 4학년 수업에서 학부생과 함께 듣더라도 대학원 학점으로 인정해 줄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민구(韓民九·전기공학부) 공과대 학장은 “고교 교과 수준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진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물리 수학 과목 만점이 2000여 명씩 나올 정도로 쉬운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창의력이 부족하고 심화학습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세정(吳世正·물리학부) 자연대 학장은 “2000년 초까지는 국내 박사들이 해외 유수 대학과 유명 기업에서 교수나 연구직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연구 중심의 대학원이 될 수 있도록 우수 인력과 재원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호인(李鎬仁·응용화학부) 부총장은 “고급 인재들이 열악한 국내 대학원 연구시설을 피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BK21’ 사업이 능력 위주의 인재 선발보다는 안배 위주의 ‘희석식’ 정책을 추진해 온 것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