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거사 본격 조사]조사는 어떻게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25분


《“출항은 했지만 갈 길이 멀다.” 3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우선 조사 대상 사건 7건을 발표했지만 어느 정도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30년 이상 세월이 흘러 자료가 충분치 않거나 폐기됐을 수 있고, 사건 당사자들이 ‘고백’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는 어떻게…강제수사권 없어 자발적인 진술 유도▼

위원 15명(민간 인사 10명, 국정원 인사 5명)과 조사관 20명이 달라붙어 7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게 된다. 위원들은 특정 사건을 전담하는 팀을 짜는 게 아니라 여러 사건을 교차해 맡도록 했다. 복잡한 사건의 경우 더 많은 위원과 조사관이 배정될 수도 있다.

민간위원 측 간사인 안병욱(安炳旭) 가톨릭대 교수는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가 위원들의 개인적 관심사에 따라 주관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사는 국정원 보관 자료 검증과 당사자 진술 청취 등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위원회에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점. 국정원 관계자는 “선배들에게 ‘진실을 규명하고 밝혀야 국정원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 자발적 진술을 유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사법 처리는…불법 드러나도 시효 지나 처벌 힘들듯▼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7개 사건 대부분이 1960, 7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공소시효가 가장 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도 15년이 지나면 기소할 수 없다.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중단하도록 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질 경우 형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형법불소급의 원칙상 과거 사건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피해자가 국가와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가의 불법 행위가 있은 때로부터 5년 이내 또는 그로 인한 손해나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인지 시점을 언제로 인정하느냐다. 2003년 법원은 1985년 남편에게 살해된 뒤 북한 공작원으로 조작된 ‘수지 김’ 씨의 유가족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위법 행위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국가에 42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재판부는 1973년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최종길(崔鍾吉) 전 서울대 교수 유가족이 낸 소송에서 지난달 “시효가 지나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명단
성명연령직책
오충일656월 사랑방 대표
안병욱57가톨릭대 교수
손호철53서강대 교수
이창호51경상대 교수
박용일59변호사
문장식69KNCC 인권위원장
임종률52실천승가회 의장
곽한왕48천주교 인권위원회 운영위원
한홍구46성공회대 교수
김갑배53대한변협 법제이사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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