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학이 기업연수원인가

  • 입력 2005년 2월 3일 19시 59분


“하나의 잣대로 대학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려는 분위기가 가장 걱정스럽죠.”

정부가 재정지원 중단 등을 언급하며 대학의 구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자 지역 대학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대학교육의 목표로 ‘산업인력’을 강조하자 관련 장관들이 앞 다퉈 “일꾼 만드는 게 대학교육”, “기업현장에 맞는 대학개혁” 등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대학교육이 기업현장과 괴리된 탓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들은 신규인력 채용을 포함한 투자를 꺼려 청년실업이 더욱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교수들은 “산업인력만 강조할 경우 대학 간판을 모두 내리고 차라리 기업의 연수원으로 전환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을 이토록 단순하게 바라봐서야 어떻게 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되겠느냐”고 말했다.

한 인문학 교수는 “기업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대학일 수 있느냐”며 “기술 변화가 빠르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다양하게 바뀌는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학 교육의 목표를 기술자 양성에 두는 것은 짧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훌륭한 문인과 철학자, 예술가 등을 양성하는 것도 대학의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현재 지율 스님은 천성산의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장기간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자연생태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학의 생태계’다. 인간과 사회에 관한 연구를 소홀히 하는 풍토에서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파는 일류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산업인력만 강조한 나머지 대학에서 인문사회과학의 ‘목을 조이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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