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의 단식으로 정부가 3일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의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데 이어 새만금 간척사업도 4일 법원에 의해 사업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관련 집단의 이견이나 이해 충돌이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다른 국책사업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정부의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강영호·姜永虎)는 4일 전북의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농림부 장관 등을 상대로 새만금사업 계획을 취소하도록 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농림부가 원고 측의 새만금사업 취소나 변경 요구를 거부한 것은 공유수면 매립법에 위배되는 만큼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새만금사업의 원래 매립 목적이나 사업 목적 자체가 변경돼 국민에게 미치는 환경, 생태, 경제적 위험성이 커 공유수면 매립 면허 및 사업시행 인가 처분 취소나 변경 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쌀이 남아돌아 처리가 곤란한 상황에서 갯벌을 파괴하면서까지 농지를 조성하려는 새만금사업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재 진행 중인 방조제 보강공사(이미 조성한 방조제가 바닷물에 쓸려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공사)에 대해서는 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농림부는 “법원이 새만금사업 계획을 ‘변경’ 또는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사업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며 “관련 부처 간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6일 오전 항소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은 농림부가 항소할 경우 기존 매립 면허 및 사업시행 인가 등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또 정부가 시행할 예정인 물막이공사(방조제 완성 공사)에 대해 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도 내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 판결을 수용할 경우 기존 사업계획 자체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을 해야 하고 항소하더라도 확정 판결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사업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 측이 함께 낸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조치계획 취소 청구 등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하거나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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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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