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의 단식 날짜가 늘어나면서 종교계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율 스님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토회관으로 옮긴 뒤 스님들뿐 아니라 신부와 목사 등이 잇따라 지율 스님을 찾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종교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율 스님의 단식 초기부터 단식을 만류했어야 한다는 얘기부터 단식이라는 극단적 저항방법에 대한 반성까지 다양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특히 재판까지 거쳐 재개된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를 다시 중단해야 할 정도로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종교인들이 진작부터 지율 스님과 함께 행동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도 나온다.
이와 함께 종교인들은 단식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불교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4일 “솔직히 지율 스님의 단식을 지켜보면서 자기 생명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어떻게 다른 생명을 담보해내겠다고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출가 수행자가 본분인 깨달음이나 수행은 제쳐둔 채 환경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올바른 수행 자세가 아니라고 이 스님은 탄식했다.
또 다른 스님은 “단식을 푼 것은 환영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극단적 방식 말고 법과 제도가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스님은 진작에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숨 걸고 단식하는 지율 스님을 욕되게 하는 것 같아 차마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40대의 한 가톨릭 신부는 “지율 스님의 단식을 보면서 과연 종교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면서 “종교인이 사회적 이슈 하나를 이렇게 극단적 방식으로 밀어붙인 것은 너무 세속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신부는 특히 이 사건이 자칫 사회적 이슈에 열중해야 진정한 종교인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제 종교인들은 구도와 수행에 진력하면서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본분에만 충실해도 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민동용 문화부 mind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