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의 항소와 환경단체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사업 지연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연간 860억 원 손실 우려=법정 공방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연간 860억 원 안팎의 손실이 생길 것이라는 게 농림부의 추정. 가구당 매년 5970원의 부담이 생기는 셈.
농림부는 사업 중단에 따른 직접적 피해액이 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2003년 법원의 사업 잠정 중단 결정으로 돌망태와 모래 등이 유실돼 연간 8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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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에 따른 간접적 손실액은 연간 60억 원 안팎에 이른다. 농림부는 “연간 1500억 원에 이르는 공사비 집행이 1년 늦춰질 경우 물가 상승률(연 4% 가정)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까지 포함하면 손실액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만금 간척사업의 총공사비는 2조514억 원. 이 사업에 작년 말까지 1조7000억 원이 투자됐고 올해와 내년에 각각 1500억 원씩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공사 어떻게 되나=사실상 패소한 농림부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할 경우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사는 일단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항소심에도 패소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다.
판결을 수용해 일부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전면적인 사업 계획 변경이 아니면 원고 측이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 경우 법적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승소한 원고 측도 그다지 득을 본 게 없다.
재판부가 공사 중단 결정을 하지 않아 현재 상황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
농림부 이원규(李源圭) 기반정비과장은 “법원 판결이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배수관문 공사와 방조제 보강공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농림부가 항소할 경우 행정소송법에 따라 기존 사업계획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현 사업계획에 따라 12월 예정된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민사상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한 심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어떤 경우든 정부가 사업을 전면 취소하지 않는 한 양측 간 법적 공방은 장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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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진척도와 전망=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물막이 공사와 배수관문 공사, 보강공사 등 3가지다.
공사 진척도는 91.8%. 전북 부안군과 군산시 비응도를 잇는 33km 구간 가운데 2.7km가 미완공된 상태다. 정부는 2006년 말까지 이 공사를 완료할 계획.
그러나 공사가 완공되지 않은 구간의 바닷물 유통속도가 과거 초속 1m에서 현재 초속 5m로 빨라진 만큼 미완공 구간에 설치해둔 바닥 보호장비가 쓸려나갈 경우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법정 공방에선 수질문제와 토지 용도 변경 문제 등이 집중 부각될 전망이다.
전북대 오창환(吳昌桓·지구환경과학) 교수는 “지난해 조사 결과 간척사업지 주변의 만경강과 동경강의 수질이 2003년보다 나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질이 점점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천성산 공사 어떻게
![]() 정부와 지율 스님 측이 ‘3개월간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다음 날인 4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 경부고속철 13-3공구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현장. 발파작업 소리와 함께 중장비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울주=최재호 기자 |
지율 스님과 정부가 합의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의 ‘환경영향 공동조사’는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 의무화돼 있는 ‘환경영향평가’와는 다르다. 일종의 ‘법외(法外) 임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1994년 전문가에게 의뢰해 실시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3년에 정밀조사까지 한 만큼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에 따라 지난해 8월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공동조사를 실시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약속을 어기고 단독 조사를 강행했고, 지율 스님은 이에 항의해 3차 단식을 시작했다.
▽어떻게 진행되나=공동조사단은 정부와 환경단체가 각각 7명씩 추천한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다.
조사의 핵심 과제는 터널 공사가 무제치 늪과 원효 늪, 밀밭 늪 등 천성산의 고산 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혀내는 것. 이를 위해서는 고산 습지가 산의 지하수층과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리상 고속철 터널 예정지는 습지에서 최소 300m 이상 떨어져 있어 거리 자체는 비교적 충분한 편.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습지의 물이 산의 지하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터널을 뚫어 지하수맥을 건드리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습지도 마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천성산의 습지는 지하수와 상관없이 빗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것이며, 습지와 지하수 사이에 단단한 화강암 등이 ‘방수층’을 형성하고 있어 터널을 뚫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누구 주장이 옳은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습지에서 터널 예정 지점의 깊이까지 직접 구멍을 뚫어 지하수와 습지 사이를 가로막는 방수층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공사에는 어떤 영향 미치나=이번 합의에 따르면 3개월의 조사기간 중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으며, 조사단이 요구할 경우 공사를 부분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형 발파작업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2010년 완공 예정인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의 공기(工期)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공동조사 결론에 달려 있다. 만약 습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노선 변경 요구가 더욱 높아져 2010년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 추산=천성산 터널 논란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다 합쳐 1년여 간의 공사 중단으로 시공사가 본 피해액은 50억 원에 달한다. 또 이번 합의로 현재 2개 터널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작업이 중단될 경우 인건비 임대료 시설유지비 등을 포함해 양 공구에서 한 달에 9억 원씩 18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건설교통부는 “공기가 1년 늦춰질 때마다 고속철도 개통 시 다른 도로와 철도의 운행비 절감 편익, 고속철도 1년 운영 수익 등을 합쳐 연간 2조 원가량의 사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우 추상적인 계산 방법이지만 어쨌든 이는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 등 총 세금 규모인 154조 원의 1.3%에 해당하는 규모. 국민 한 명당 4만 원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액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추상적으로 계산한 수치를 근거로 한 주장으로 신빙성이 없다”며 2조 원 손실론의 신뢰도를 반박하고 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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