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살기위해 살빼기’…내년 大入정원 수만명 줄어든다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24분



《올해 자체적으로 대학입학 모집정원을 수백 명이나 줄인 호남의 한 4년제 대학은 2006학년도에도 정원 감축을 검토 중이다. 2004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던 이 대학은 내년도에도 정원에 크게 미달하면 경영에 타격을 받을 처지다. 이에 따라 몸집을 줄여서라도 충원율을 올려야겠다고 판단했다.》

신입생 모집난이 심각한 지방대를 중심으로 각 대학이 자발적인 정원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재정 지원과 연계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데다 올해부터 ‘대학정보 공시제’를 도입해 각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을 공개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6학년도의 대입 정원은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한 2005학년도보다 훨씬 더 줄어들 전망이다.

▽대학 신입생 충원율 공개=교육인적자원부는 3월 중순까지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의 신입생 모집이 완전 마무리되면 각 대학의 등록률을 취합해 4월경 신입생 충원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박백범(朴柏範) 고등교육정책과장은 6일 “지방 전문대를 중심으로 2006학년도 입학 정원을 감축할 테니 충원율 발표를 미뤄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올해는 대학별 전체 충원율만 발표하고 내년부터 모집단위별 충원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역별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발표됐지만 해당 대학의 입장을 고려해 대학별 충원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남지역의 한 전문대 학장은 “대학별, 모집단위별 충원율이 낱낱이 공개되면 충원율이 낮은 대학과 학과에는 지원자가 더 줄어들 것이 뻔해 스스로 정원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줄까=각 대학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제공되는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대학과 학과별로 미달인원만큼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

2004학년도 대입에서 4년제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은 41만1561명이었지만 실제 등록한 인원은 36만3425명으로 등록률이 88.3%에 그쳤다. 전문대 역시 2004학년도에 27만7155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22만5283명(81.3%)이 입학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통계에 비춰 볼 때 2006학년도 대학의 모집정원 감축 규모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교육부는 예상하고 있다.

2005학년도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의 입학 정원은 전년도에 비해 모두 1만5701명(4년제 6104명, 전문대 9597명)이 줄었다.

▽대학 구조개혁 가속화 예상=교육부는 신입생 충원율 발표로 대학 정원이 감소하면서 대학의 구조개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9년까지 347개 대학(전문대 산업대 포함) 가운데 87개 대학을 통폐합 등으로 없애고 입학 정원을 국립대 1만2000명, 사립대 8만3000명 등 9만5000명을 줄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신입생 충원율과 함께 각 대학의 예산결산 내용과 졸업생 취업률, 교수 1명당 학생 수, 시간강사 비율 등 대학의 교육 여건과 경영 상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도 공개할 계획이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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