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할 것 없이 고향을 등지는 농촌의 현실 속에서 2003년 1월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 고향마을의 이장을 맡아 화제가 됐던 보현사 주지 도광(道光) 스님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절로 돌아갔다.
이평리는 한 때 120가구가 넘게 모여 살던 번창한 마을. 그러나 1980년 대청댐이 들어서면서 물길로 인해 마을이 셋으로 갈라졌고 결국 60여 명의 노인들만 모여 사는 '죽어가는' 마을로 변했다.
그러나 모두가 낙담하는 가운데서도 스님은 '희망의 곡괭이'를 놓지 않았다. "고향을 살리는 것 또한 부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 스님은 이장직을 맡자 마자 밤낮으로 관청으로 뛰어다니며 대청댐 건립 보상금 5174만 원을 받아냈다.
이 돈으로 공용선박을 구입하고 마을회관 건립, 진입로 포장 등 수십 년 숙원사업을 모두 해결했다. 또 반상회나 행사 때마다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주민들을 모아 흩어졌던 주민들의 마음도 단합시켰다.
도광 스님은 "주민들이 '1년 만 더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집착이 생길 수도 있어 거절했다"면서 "이장직은 관둬도 노인들이 하기 힘든 마을을 잇는 선박은 직접 운행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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