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고모 씨(26)는 “학기말이 되면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 짜깁기해 리포트를 만들곤 한다”며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학생들의 표절을 막기 위해 최근 ‘리포트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 중간고사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김균(金均) 교무처장은 “적발보다는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표절을 삼가라는 경고의 의미가 크다”라며 “문제는 학생들이 표절을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작품이나 논문의 표절 시비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 민선주(閔宣株) 교수는 “한국은 남이 한 것을 쉽게 따라하는 ‘문화적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며 “남의 것을 모방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베끼기 관행은 기업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일본의 한 민영방송이 한국 제과업계의 ‘일본 제품 베끼기 실태’를 보도해 제과업체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방송의 오락프로그램 베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남의 저작권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적발 건수는 2001년 6450건에서 2002년 7706건, 2003년 8033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블로그와 미니홈피 운영 사이트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지난달 17일부터 타인의 홈페이지 사진을 마우스 클릭만으로는 저장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네이버는 자기네 블로그에 수록된 자료를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누리꾼(네티즌)들은 ‘스크린 갈무리’ 등 두세 번의 조작을 거쳐 여전히 허락 없이 남의 자료를 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하대 법학과 김민배(金敏培·지적재산권학) 교수는 “법규와 상관없이 국민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베끼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자란 부분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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