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환자모집 실태=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서울과 경기 일대의 몇몇 안과병원들은 아파트 경로당 등을 돌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백내장 무료 시술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수법은 안과 사무장들이 과일상자 등을 들고 노인정을 찾아가 “백내장 수술을 무료로 해 주겠다”며 노인들을 대형 버스에 태워 데려가는 것.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A안과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 하루에 100여 명을 데려와 검사를 거친 뒤 이 중 수십 명을 수술해 주기도 했다. 백내장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30여 분.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면제해 주지만 검사료는 별도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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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B안과의 경우는 노인들에게 본인부담금만큼의 돈을 미리 준 뒤 다시 병원에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편법까지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안과는 신도를 확보하려는 종교 단체와 함께 비슷한 방식의 무료 시술 행사를 열기도 한다. 안과 사무장들 중에는 한 지역의 백내장 환자를 특정 의원에 몰아준 뒤 건당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안과의사는 “무료 진료란 개인 수입을 희생하고 인술을 베푸는 것인데 이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 때문에 순수한 무료 의료봉사 활동까지 오해를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이 나서 환자를 유치하거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대신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 급여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환자에게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또 건강보험공단에 보험 급여도 신청하지 않는 순수한 무료 진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작용 우려=백내장 수술은 최소 몇 달 동안 안과를 다니며 사후 관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먼 지역에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받은 안과에서 사후 관리를 받기란 사실상 힘들다.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안과에서 무료로 수술을 받은 조모 씨(78·여·경기 고양시)는 “병원까지 가기가 힘들고 무료로 수술을 받은 터라 눈이 아파도 불평하기가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일부 안과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보험 급여만으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질이 낮은 의약품을 쓰거나 일회용 도구를 반복해 쓰기도 해 감염 우려를 주고 있다.
대한안과협회 관계자는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노인에게까지 수술을 권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백내장 불법 시술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선 보건소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는 등 불법 의료 행위를 적극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진욱 씨(서강대 사학과 2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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