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경기 관람이 봉사활동?…학부모들 “근본취지 왜곡” 반발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05분


최근 일부 중고교생들이 봉사활동 의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교육청이 프로농구 관람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라고 일선 학교에 권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수원교육청은 겨울방학 동안 학생들이 ‘삼성생명 비추미 여자프로농구단’의 수원 홈경기를 관람할 경우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해 12월 수원지역 42개 중학교에 보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S중 등 5개 학교 학생들이 지난달과 이달 이 농구단의 수원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학교는 개학 후 이들의 농구 관람을 2시간의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줄 방침이다.

삼성생명 농구단 관계자는 “여자프로농구 활성화를 위해 학생들의 관람을 교육청에 요청했다”며 “5개 학교에 모두 3000장의 무료 초대권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 다른 프로 스포츠 구단들도 봉사활동 인정을 통해 학생들의 경기 관람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 관람 후 주변 정리 등을 당부하고 있으며, 이 역시 봉사활동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경기도교육청은 “봉사활동 인정 여부는 각 학교마다 구성돼 있는 봉사활동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하지만 경기관람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수원교육청 관계자는 “애향심을 기르는 차원에서 경기관람과 봉사활동을 연계했는데 문제가 이렇게 확대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수원=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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