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공항주변 고교생 94% “비행기 소음으로 학습 지장”

  • 입력 2005년 2월 15일 22시 07분


공항 주변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장기간 비행기 소음에 노출돼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학습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박정한(朴正漢·예방의학) 교수와 영남대 공대 김갑수(金甲洙·도시공학) 교수 등 연구팀 7명은 대구시교육청의 의뢰로 대구와 경북 상주 등 전국의 군용 및 민간공항 주변의 초중고교 193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비행기 소음 탓에 모든 게 귀찮아=해당 교사들은 가장 듣기 싫은 소음으로 ‘비행기 소리’를 꼽았다. ‘비행기 소리로 수업이나 업무에 큰 방해를 받는다’는 응답은 초등 교사가 52%, 중등교사가 56%에 달했다.

‘학교에서 비행기 소리를 들었을 때 특별한 이유 없이 일이 귀찮아지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반응은 초등교사 53%, 중등교사 50%였다.

교사들 중에는 비행기 소리를 많이 들은 날의 경우 ‘밤에 잠을 잘 못자고’(17%), ‘다음날까지 피곤하다’(23%)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에도 나쁜 영향=학생들 역시 비행기 소음을 가장 듣기 싫고 괴로운 소리로 느꼈다.

‘비행기 소음으로 공부에 방해를 받는다’는 응답은 고교생 94%, 중학생 84%, 초등학생 63%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수업뿐 아니라 독서, 정신집중, 특별활동, 체육활동, 전화통화, 음악감상, 휴식 등 학교생활 전반에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학생들의 인지기능을 조사한 결과 순간적 판단을 요구하는 단순지각 능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정보처리 및 문제해결 능력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비행기 소음 관리기구 설치 필요=교사 학생 학부모 주민 등은 대부분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학교별로 소음대책위원회 같은 기구가 설치된 곳은 5%에 그쳤다. 방음 기본 시설인 교실 방음창을 모두 설치한 학교는 군용비행장 인근 학교가 57%, 민간비행장 인근은 79%였다.

연구팀은 “교실에 방음창뿐 아니라 천정과 지붕에도 방음 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교육청과 학교, 학부모,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음관리기구도 필요하다”며 “소음에 계속 노출되는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정기 건강검진 등 복지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전국 공항 주변의 비행기 소음 피해주민 수는 54만 여명이며, 이 가운데 대구공항 주변의 피해주민이 12만20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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