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상처=사고 당시 친구를 잃은 대학생 박모 씨(24·여)는 “2월은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는 달인데 참사 이후 2월만 되면 머릿속이 텅 비고 가슴이 답답해져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밖에 없는 딸(당시 16세)을 잃은 김모 목사(43)는 아예 대구를 떠나 경북 영천의 농촌으로 들어가 사슴을 키우며 지내고 있다.
부상자 이모 씨(28)는 사고 당시 컴컴한 지하역사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충격 때문에 아직도 어둠이 두려워 실내에 늘 불을 켜놓고 지내고 있다.
부상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이동우(李東雨·62) 씨는 “호흡기 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음성장애 등 만성적인 이비인후과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상당수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족회 대표 강달원(姜達遠·43) 씨는 “희생자 가족들이 하루빨리 악몽에서 벗어나 생업에 종사했으면 좋겠는데 저마다 사정이 달라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심리치료 프로그램 마련돼야=심리치료 전문가들은 대형 재난을 당한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을 위해 물질적 보상 외에 심리적, 정서적 대처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대 최웅용(崔雄鎔), 경북대 김춘경(金春敬) 교수 등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최근 희생자 가족 17명을 대상으로 ‘위기상담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이들의 심리적 충격이 완화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후 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가슴이 뛰거나 몸이 피곤함 △악몽을 꾸거나 당시 상황을 떠올림 △불안하고 무서움 △분노가 치밀어 오름 등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것.
이들 전문가는 희생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대처 방식 △역할 연습 △문제 해결 모색 등 10가지 척도를 이용해 한 번에 90분씩 총 10회 상담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분노와 불안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
최 교수는 “그동안 대구지하철 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 등 큰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는 봉사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이젠 국가 차원의 심리치료 및 대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추모 물결▼
▽2주기 추모행사=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사고재발 방지의 교훈으로 삼자는 추모행사와 심포지엄이 18일을 전후해 대구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와 시민단체 등은 14∼19일을 ‘시민안전 주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행사를 연다.
2주기 추모식은 18일 오전 9시 반 대구시민회관 주차장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사고가 난 오전 9시 53분에 맞춰 추모 사이렌이 울릴 예정이다.
또 18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는 재난관리상황을 점검하는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지하철 대책위와 거리문화시민연대는 19일 신천둔치 인라인 스케이트장에서 안전기원 연날리기 행사도 연다.
대구시는 사고 개요와 사고 수습 및 복구, 보상과 의미 등을 담은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백서를 16일 펴냈다.
한편 참사 이후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대구지하철 1호선의 안전개선 사업 75건 중 56%인 42건이 완료돼 다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참사현장인 중앙로역에는 비상시 빛을 내는 축광형 유도타일 등 각종 첨단안전 시설이 갖춰졌다.
대구지하철공사는 대구지하철 1호선의 전동차 204량 가운데 현재 114량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했으며 8월까지 나머지도 모두 불연재로 교체하는 작업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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