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기하학 문제를 척척 풀고 영어 원서로 공부한다. 지난달에는 송 군의 사연이 KBS2 TV 인간극장 ‘유근이의 타임머신’(5부작)에도 소개됐다.
송 군은 지난해 11월 경기 남양주시 심석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했다. 지난해 3월 1학년으로 입학해야 했지만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입학유예 신청을 했다. 송 군의 부모는 특이한 재능의 아들을 6학년에 입학시키기 위해 공립 초등학교에 문의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다행히 사립인 심석초등학교는 자체 평가결과 수학 능력이 있다고 보고 6학년 입학을 허용했다. 송 군은 한 달 남짓한 학교생활을 마치고 이달 졸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과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등교육법상 초등 6학년 입학은 불가능한 만큼 송 군의 입학은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법상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는 학년으로 입학할 수 없는데 부모가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며 “송 군은 나이에 맞게 올해 2, 3학년으로 입학한 후 조기 진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군 부모는 “입학을 무효화하면 무학적(無學籍) 상태가 돼 교육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달 초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 교육부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버지 송수진(宋洙珍·46) 씨는 “현행법상 조기진급을 하려면 9개 과목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조기진급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국내에선 영재교육 체제가 미비해 영재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석초교 신한권 교장은 “유근이가 저학년으로 다시 입학한다면 학칙을 개정해서라도 조기 진급시키겠다”며 “유근이의 입학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 군 부모가 현행 관련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도 문제이지만 송 군의 사례는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영재교육 학생 수는 451개 영재학급에서 8145명, 192개 영재교육원 1만6418명에 불과하다.
일단 공교육인 초중고교에 입학한 뒤 해당 학교의 영재학급 등에서 공부하고 수학능력 평가를 거쳐 조기 진급 및 졸업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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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재교육 제도가 너무 경직되게 운영되는 데다 전문가도 부족해 초중고교 조기 진급 및 졸업자 수는 지난해 908명을 포함해 2000년 이후 2034명에 불과하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정부가 영재교육에 역점을 둔다고는 하지만 교육제도가 너무 엄격해 진짜 영재들이 단계를 뛰어넘어 공부하기 힘들다”며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재능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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