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년제 대학 최초의 외국인 총장인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 백위열(윌리엄 패치·63) 총장이 17일 31년 만에 일선 교단을 떠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그는 로체스터대에서 상담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다 선교사를 자원해 부인 백경희(게일 패치·63) 씨와 두 딸을 데리고 1973년 10월 한국으로 왔다.
잠시 선교사로 활동하다 1974년부터 나사렛대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2년 총장(당시 교장)에 취임했다.
그는 ‘청빈 총장’으로 불린다. 총장용 자가용 대신 낡은 승합차를 직접 운전해 출퇴근하며 자신의 월급은 물론 외부 특강료까지 모두 학교에 헌납해왔다.
한국의 장애인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학교의 최우선 역점을 장애인에 두기로 하고 전국 최초로 대학부설 특수 유치원, 초등학교 과정을 개설했다.
또 1997년에는 한 지체장애인의 입학을 계기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시설을 완전히 바꿨으며 청각장애인이 한 명만 수강해도 모두 강의내용을 수화로 통역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어떤 유형의 장애든 강의를 받을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점자음성전자교육정보센터를 만들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현재 전체 학생 4400여 명 중 250여 명이 장애인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수여하는 장애인인권상을 수상했다.
그는 앞으로 1년 정도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의 나사렛대와 장애인 학생의 교환 수업 사업을 추진한 뒤 다시 귀국해 장애인 졸업생의 취업을 돕는 일을 할 계획이다.
백 총장은 “적지 않은 기업이 벌금을 물면서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장애인에게서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을 발견하는 인식과 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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