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16일 경남 창원중앙고등학교(교장 윤상덕)를 졸업한 곽지훈 군(19). 초등학교 입학 이후 12년간 개근을 한 곽 군은 이날 중앙고등학교장 특별상과 창원중부경찰서장상, 경남도장애인복지관장상 등을 받았다.
곽 군이 청력의 대부분을 상실한 것은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심한 열병의 후유증이었다.
그의 부모는 제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지훈이가 글자를 익히도록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반복해서 베끼게 했다. 또 TV 자막방송을 계속해서 보며 출연자가 말하는 것을 입술 모양으로 식별하는 ‘구화(口話)’ 훈련을 시켰다.
회사원인 아버지(47)는 “학습 도중 아이가 짜증을 내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몇 곱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자주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곽 군의 학교 생활은 교사와 친구의 협조는 물론 한살 아래인 동생 지호 군의 도움이 컸다. 지호는 초등학교부터 현재까지 줄곧 형과 같은 학교를 다니며 손발이 되어주고 ‘대변인’ 역할도 했다.
보청기를 낀 곽 군은 큰 소리의 울림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말은 자주 쓰는 일부만 어눌하게 한 두 마디 하는 정도다.
그는 수업시간에 제일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고 공부를 했다.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대화는 ‘필담(筆談)’으로 나눴다.
곽 군의 취미는 볼링과 축구. 특히 좋아하는 축구의 포지션은 골키퍼다.
그는 다음달 창원전문대에 들어가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게 된다.
어머니 백재심 씨(45)는 “초등학교 때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인 지훈이에게 별도의 과외를 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다른 장애인들의 본보기가 되는 훌륭한 인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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