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가운데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른 검찰의 대응이어서 주목된다.
수사기록 제출은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형사재판에서 기소 후 첫 공판기일에 맞춰 검찰이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고 판사는 물론 변호인이 이 기록을 보면서 변론을 준비하는 게 관행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을 시작하면서 “법원이 뇌물 수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3차례 기각하는 바람에 관련자들이 모두 입을 닫았다”며 “법정에서 부인하기만 하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상실되는 만큼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신문과 증거조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춘 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례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 상황에서 수사기록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며 “검찰 상부와 협의 없이 공판전략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수사기록을 검토하지 않고는 검찰 신문에 제대로 방어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며 수사기록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인증등본송부촉탁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전례 없는 일이라 당혹스럽지만 공판중심주의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므로 나쁜 것은 아니며 법적 강제 규정도 없다”며 “다만 유죄를 입증해야 될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밝혔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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