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의 고승들이 불교의 대표적 참선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 화두를 잡고 좌선에 열중해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중 앞에 나선다. 부산 범어사와 현대불교신문사는 3월5일∼5월7일 범어사에서 간화선의 현대적 의미와 구체적 수행방법을 모색하는 ‘10대 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說禪) 대법회’를 갖는다.
▽범어사 설선 대법회=이 기간 중 10주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범어사 보제루에서 열리는 대법회의 주제는 ‘문 없는 문을 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선의 세계를 말로 설명하는(설선) 것은 선으로 가는데 (원래 있을 수) 없는 문을 만들어 그 문을 대중에게 열어주는 일과 같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설선 대법회의 시작인 입재 법회(3월 5일)에는 범어사 조실(선원에서 가장 높은 승려) 지유 대선사가 법문을 펴며, 마지막인 회향 법회(5월 7일)에는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이 나선다. 진제 스님은 경허 이후 혜월, 운봉, 향곡 선사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 선불교의 법맥을 잇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조계사 대중법회에서 2500여 명의 불자들을 모은 충주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03년부터 “앞으로 3년간 대중법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봉화 각화사 고우 스님, 조계종 기본선원 운영위원장 인각 스님, 구례 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산 스님,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 봉화 축서사 무여 스님, 합천 해인사 해인총림 수좌 원융 스님, 봉암사 태고선원장 정광 스님 등 쟁쟁한 고승들이 나선다. 특히 30여 년 간 해인사 선방에서 참선 수행을 해온 원융 스님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대중 법문을 한다.
법회는 법주(법문을 하는 승려)의 법문에 이어 매 법회마다 한 명씩 정해진 중진 스님과 대학교수 등 재가 불자가 법주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회향 법회는 출가여부와 상관없이 법주에게 자유롭게 물을 수 있는 무차선법회(無遮禪法會)로 진행된다.
법회가 끝난 뒤 희망자에 한해 철야정진 참선수행에 참여할 수 있다. 10주 법회에 모두 참가한 사람에게는 수료증이, 역시 10주 모두 철야정진에 참가한 사람에게는 ‘안거증(安居證)’이 주어진다. 회비는 10회 전체에 3만 원이지만 그날그날 범어사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법문은 열려 있다. 051-508-3122
▽간화선 대중화 노력=간화선은 수행체계와 과정에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고 수행의 진전을 쉽게 체험하지 못하는 등 출가 수행자들에게도 어려운 수행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재가 불자들로서는 다가가기 힘들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위파사나, 요가 등 새로운 명상 수행법이 대중의 호응을 얻자 조계종은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조계사와 대구 동화사 등에서 담선(談禪) 대법회가 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매회 2000여 명의 청중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또 조계종 불학(佛學)연구소는 4월 경 ‘간화선 수행체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 대중용 교재를 출간할 예정이다.
설선대법회 일정 | |||
날짜 | 초청 선사 | 주제 | |
3월 | 5일 | 지유 대선사 | 입재식 및 전체 법회 소개 |
12일 | 혜국 스님 | 21세기 대안, 왜 선인가? | |
19일 | 고우 스님 |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참선수행 | |
26일 | 인각 스님 | 선과 삶 | |
4월 | 2일 | 현산 스님 | 자비와 지혜를 조화롭게 닦는 선수행 |
9일 | 지환 스님 | 선 수행의 바른길 | |
16일 | 무여 스님 | 생사문제와 선 수행 | |
23일 | 원융 스님 | 화두는 조사공안이다 | |
30일 | 정광 스님 | 선 수행의 단계 | |
5월 | 7일 | 진제 대선사 | 회향 법어 및 무차선회 |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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