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여 명이 입주하는 대규모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진행 중인 인천 서구 검단지역의 원당지구 LG 1차아파트 주민(938가구)들은 ‘민원 해결사’로 통한다.
주민들은 입주(2004년 6월 시작) 전인 2003년부터 입주예정자협의회를 만들어 진작부터 권리 찾기에 나섰다.
입주에 앞서 아파트 주변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도시기반시설 완공 여부 등을 점검해 입주후 발생할 수 있는 생활불편을 미리 막아보자는 제안에 모두 흔쾌히 찬성한 것.
주민들은 우선 아파트 단지 인접 상가 지역에 모텔 건축 허가 신청이 접수되자 주거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구에 민원을 제기해 허가를 취소시켰다.
주민들의 또다른 걱정거리는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었다. 도로와 자녀가 다닐 학교, 상가 등 도시기반시설 공사가 늦어져 입주 전까지 완공이 불가능한 실정이었던 것.
주민들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는 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토지보상이 지연돼 어쩔 수 없다”는 군색한 변명만 들었다.
“도시기반시설 건립은 미룬 채 아파트만 우후죽순 들어서게 한 인천시의 탁상 행정에 반드시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5월 시와 구, 아파트 건설회사 등을 상대로 도시기반시설 건립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인천지법에 냈다. 2개월 먼저 원당지구에 입주한 금호아파트 주민들도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인 탓인지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시는 원당지구∼당하지구간 도로(왕복 8차로·1.04km) 등 완공시기가 불투명하던 아파트 인근 4개 도로를 2006년 3월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원당지구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도 2개뿐이었으나 4개로 늘어났다.
시와 교육청은 검단지역에 예정된 13개 초중고교의 개교시기도 계획보다 6개월 정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아파트 건설회사는 주민들을 위해 발산초등학교와 인천도심, 경기 김포시를 운행할 셔틀버스를 기증했다.
편의시설이 부족해 먹을거리를 장만하려면 10km 이상 떨어져 있는 할인점 등을 찾아야 하는 주부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매주 목요일 단지 내 공터에서 우리 농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리고 있다.
주민 건의사항 안건과 공동생활정보 등이 반상회를 통해 전달되고 논의되기 때문에 참석률이 90%가 넘는다.
송봉주 씨(35)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낸 소송은 검단지역 입주자 12만여 명을 대표해 난개발 행정의 책임을 묻는 성격이 강하다”며 “아파트입주자연합회를 구성, 도시기반시설 확충 등을 계속 요구해 생활환경을 우리 힘으로 개선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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