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한 ××가 지랄하네. 지 걸음은 더 느려 터졌으면서….”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버스정류장. 친구 사이로 보이는 남자 중학생 2명이 버스를 타면서 주고받은 대화다.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부 이모 씨(41)는 “요즘 애들은 친할수록 서로 더 심하게 욕을 하는 것 같다”며 “악의는 없더라도 거리낌 없이 심한 욕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입’은 거칠 대로 거칠어져 욕설이나 비속어가 포함되지 않은 대화를 듣기가 힘들 정도다.
인천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강모 교사(44)는 “요즘엔 남학생, 여학생 구분 없이 욕하는 건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담임선생님을 친구 이름 부르듯 ‘누구’로 부르거나 ‘담탱이’라고 칭하는 건 애교 수준”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채모 씨(41·서울)는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씨댕∼그 찌질이 때문에 존나 짱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채 씨는 딸을 혼내며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느냐고 묻자 딸은 “공부 잘 하는 애들도 이 정도는 다 쓰고, 이건 욕도 아니다”라고 말해 더 충격을 받았다.
‘존나’ ‘씨댕’ ‘짱나’ ‘깝친다’ ‘꼴아보다’ ‘찌질이’ 등은 초등학생들도 흔하게 쓰고 있는 비속어들.
특히 인터넷 채팅 문화가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청소년들은 채팅에서 쓰는 비속어를 일상 대화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TV,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0년 12월 문화관광부가 펴낸 ‘바람직한 통신언어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대화방에서의 비속어 사용 비율은 10대가 48.8%로 20대 16.3%보다 3배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욕설 사용은 사회의 책임이 크다”며 “저속한 언어 사용을 지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올바른 언어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한 언어 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대 사범대학 부설중학교는 매주 월요일 방과 후 2시간씩 다도(茶道) 교육을 시킨다. 이 자리에서 예절 교육과 함께 언어 교육도 시키고 있다.
박숙희 교사(50)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욕하지 말라’고 하면 누가 듣겠느냐”며 “서로 예의를 갖춰 차를 마시면서 올바른 언어 습관과 예절 등에 대해 얘기해 주면 아이들이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2000년대 초 언어폭력과 험담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워싱턴을 중심으로 ‘고운말 쓰기 운동(Words Can Heal)’을 벌인 적이 있다. 이 운동은 학교는 물론 정계, 직장, 가정에서 위협적이거나 남을 헐뜯는 언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서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 고운말을 쓰자는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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