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인 이날 오전 7시 40분 경 양수철(46·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 서천문화원장이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충의사 담장을 넘어 윤봉길 의사 사당 처마에 붙어있는 '충의사' 현판을 떼어냈다.
양 원장이 담장을 넘어 현판을 철거하는 모습은 충의사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됐다. 충의사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반이어서 당시 경내에는 직원들이 없었다.
양 원장은 철거한 이 현판을 세 조각으로 부숴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에 설치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작품전시회 부스에 전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는 이날 현판 철거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애국지사인 윤봉길 의사의 기념물에 친일파 박정희의 친필 현판이 어울리지 않아 그동안 당국에 수차례 철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양수철 동지가 이날 쾌거를 이뤘고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충의사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공공기물 훼손 혐의로 양 원장의 검거에 나섰다.
강성원 충의사 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담장을 넘어 현판을 기습 철거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충의사를 방문해 "정부가 현판을 철거하지 않으면 직접 철거하겠다"고 경고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충의사(忠義祠)는 전체 면적 14만7802㎡에 매헌 윤봉길(梅軒 尹奉吉·1908~1932) 의사의 사당과 기념관 생가 성장가 등이 있는 기념물이다. 윤 의사가 1930년 만주로 망명하기 직전까지 태어나 성장한 곳으로 그의 훙커우(虹口) 공원 의거를 기념해 매년 4월 29일 매헌 문화제가 열린다.
예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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