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이대론 안된다]<下>어떻게 바꿔야 하나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5분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장관 직속으로 국사교육발전위원회(위원장 이만열·李萬烈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를 만들었다. 역사학자와 교육전문가, 현직 교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그동안 10여 차례의 자체 모임과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최근 ‘국사교육발전방안’의 초안을 만들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 초안은 지난해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제시한 ‘초중등 역사교육 강화방안’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교육을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 알아본다.》

○ 역사를 독립교과로

국사교육발전위와 전교조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내용은 중고교 사회과에 기형적으로 편입돼 있는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해 별도의 독립교과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교과체계에서 국사와 세계사는 지리, 일반사회와 함께 사회과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중학교 과정과 고1과정에서 다른 사회과목은 통합교과서로 묶여 있지만 국사만은 별도의 교과서로 떨어져 있다. 이는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역사학계의 주장과 교과과정을 통합해야 학습 부담을 줄이고 종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교육학계의 주장을 어정쩡하게 절충한 데 따른 것이다.

국사교육발전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도형(金度亨)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역사와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과목들을 묶는 것도 어색하지만 통합교육을 강조하면서 정작 국사와 세계사를 별도의 교과서로 찢어놓은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수업 확대 및 통합교과과정의 개발

현재 주당 2시간인 중고교 국사시간을 최소한 제6차 교육과정 수준의 주당 3시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사교육발전위는 현 상황에서 역사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단기 방안으로 교장에게 재량권이 주어진 12단위(주당 6시간) 수업시간의 일부(2단위·1시간)를 국사수업에 배당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장기적 방안은 결국 역사교육과정의 통합으로 모아진다. 중등과정 6년을 하나로 묶고 전(前)근대사와 근현대사를 통합하고, 다시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계하는 새로운 교과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사교육발전위는 과거 군사정권하의 국사교육이 국가주의적 민족의식에 사로잡혀 배타성이 강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같은 주변국의 과잉 민족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동북아 평화공존을 통한 세계화’에 초점을 맞춰 국사와 세계사를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한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교과로 국어와 국사가 꼽힌다. 그러나 입시교육이 강조되는 한국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의 4분의 1만이 국사 실력을 검증받고 있다. 국사와 한국근현대사가 선택과목이기 때문이다.

국사가 수능시험 과목이 돼야 학생들이 국사를 공부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고위 공무원 채용을 위한 각종 고시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997년 사법시험에서 국사가 제외된 데 이어 올해 입법고시와 법원행정고시, 내년 행정·외무고시에서도 국사가 필수시험 과목에서 폐지된다. 역사인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고위 공직자가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경우의 폐해는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역사교육의 전문성 강화

국사교육발전위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역사과목을 담당하도록 교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한 고대사 영역의 교육이나 일본은 물론 국내 정치 상황과도 맞물린 근현대사 교육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교사의 전문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국가의 중학교 필수 교과목 현황
구분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한국
교과명국어국어국어국어국어국어
수학수학수학수학수학수학
과학과학생물생명지구과학이과과학
물리 화학
역사 사회역사역사역사 지리사회(역사, 지리, 공민)**사회
지리사회
체육체육체육체육보건체육체육
예능미술음악조형예술미술미술
음악음악음악음악

기술직업생활기술기술 가정기술 가정
가정경제
외국어외국어외국어(영어)외국어

외국어(영어)

종교/PSE*종교

교육학

시민교육

도덕
*PSE는 Personal & Social Ed. 를 의미함.
**일본의 사회과는 교과명은 사회과로 돼 있지만 역사, 지리, 공민 등으로 사실상 독립되어 있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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