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공화국’ 양성우 시인 광주중앙여고 복직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51분


“40대 아줌마가 된 30년 전 제자들이 전국에서 축하전화를 해옵니다.”

1975년 유신체제를 비판한 시 ‘겨울공화국’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교직에서 파면당한 양성우(梁性佑·61·사진) 시인이 30년 만에 광주중앙여고에 복직하게 됐다.

양 시인은 1일 “교단에 올라서는 순간 눈물이 날까봐 겁이 난다”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를 떠난 뒤 여러 차례 복직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던 그는 지난달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광주중앙여고에 복직을 권고한 뒤 학교 측으로부터 “구체적 복직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양 시인은 “1975년 강제로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의 천은사에 유폐돼 있을 때 먹을 걸 싸가지고 와서 위로해줬던 학생들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세상이 바뀌어 간절히 기다렸던 소원이 이뤄졌다”는 말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대신했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장 가르치고 싶은지 묻자 양 시인은 “‘진실’ 하나만을 믿고 30년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정년이 얼마 안 남아 1년밖에 가르치지 못하지만 진실을 위해 사는 삶이 보람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 시인은 1975년 2월 12일 광주YMCA가 주최한 기도회에서 자작시 ‘겨울공화국’을 낭독하고 유신체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광주중앙여고에서 파면됐고, 이후 또 다른 저항시가 일본 월간지에 실려 국가모독죄 등으로 2년 6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1988년 평민당에서 출마해 13대 국회의원(서울 양천갑)을 지냈고 파면 후에도 시작(詩作) 활동을 계속해 ‘북치는 앉은뱅이’, ‘물고기 한 마리’ 등 시집 12권을 출간한 바 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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