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평의 깔끔한 화랑에서 개관 기념전인 ‘서울의 영감, 풍경의 매혹’ 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뜻밖에도 전업 화가가 아닌 한양대 도시공학과 원제무(元濟戊·56·사진) 교수다.
원 교수는 도시공학에 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국내 도시공학계의 대가. 동시에 1996년부터 강의와 연구 틈틈이 짬을 내 500여 점의 작품을 그린 ‘부업 화가’이기도 하다.
“도시 계획을 세우는 일과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저한테는 별개의 작업이 아닙니다.”
실제로 원 교수의 그림은 모두 생태도시, 환경도시를 테마로 삼고 있다. 그림 그리는 것과 도시계획을 구상하는 일이 별개가 아니고 작업 자체도 긴밀히 연관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러 거리로 나가면 그게 곧 현장 답사고 도시현황 파악이라는 것.
“좋은 도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다 보면 도시계획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구상들이 구체화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신념이 더 강해집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서울시와 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인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 생태·환경도시만이 도시의 미래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 작품들도 모두 길과 숲, 건물과 개천, 집과 꽃 등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담고 있다.
청계천 복원을 소재로 한 작품도 7점 있다. 청계천이 복원되고 10년 정도 후의 모습을 그린 상상화라고 한다. 건물군은 높이 솟아 있되 천변에서 개천 폭만큼 물러나 나무숲과 어우러져 있다.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 조성될 청계천 시점부 광장의 미래 모습을 그린 작품에는 ‘시대정신의 시작’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서울은 역사와 에너지를 갖춘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그 색깔이 난잡하고 분명치 않습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서울의 색깔을 바꾸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며 그런 제목을 붙였습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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