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난달 26일. 한 바둑전문 사이트의 관련기사에 불과 몇 시간 만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네티즌)이 우승 축하 이벤트로 제안한 ‘댓글 이어달기’에 열띤 호응이 이어진 것.
중국 누리꾼들은 한술 더 떴다. 비록 중국의 대회 첫 우승이 물거품이 됐지만 이창호에 대한 질시나 비아냥거림보다 찬사가 훨씬 더 많았다. 한 중국 누리꾼은 ‘농구의 신은 마이클 조던, 골프의 신은 타이거 우즈, 바둑의 신은 이창호’라고 칭송했다. 중국의 주요 언론들도 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국내에 속속 알려지면서 이창호는 바둑 팬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최고 관심사가 됐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유명인 검색어 1위로 등극해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바둑 관련 이슈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큰 화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리꾼들은 왜 이창호에 그토록 열광할까. 댓글 내용을 정리해 보면 ‘그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독도 망언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저자세’에서 기인한 ‘힘없는 나라 백성의 답답증’을 이창호가 후련하게 날려줬다는 것. 물론 우리에게도 진정한 세계 1등이 있다는 자부심도 컸다.
많은 누리꾼은 그런 이창호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고 불만이다. 이창호에게 훈장을 주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한편으론 이창호에게 어울리는 새 칭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기인(棋人)’을 제안한 한 누리꾼(noul1)은 ‘바둑을 두는 분, 바둑을 두는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시는 분, 바둑을 두기 위해 태어난 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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