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처럼… 암투병 중 강단 돌아온 장영희 교수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10분


암 투병 중인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가 3일 다시 강단에 섰다. 6개월 만에 재개된 그의 수업은 밝고 유쾌했다. 권주훈 기자
암 투병 중인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가 3일 다시 강단에 섰다. 6개월 만에 재개된 그의 수업은 밝고 유쾌했다. 권주훈 기자
“살아 돌아왔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새롭습니다. 싱싱함이 느껴지는 신입생들을 만나니 마냥 즐거워요.”

반년 동안의 암 투병 끝에 3일 다시 학교로 돌아온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張英姬·54) 교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첫 수업은 신입생을 위한 ‘영문학개론’. 그가 목발을 짚고 강의실로 들어서자 60여 명의 수강생은 환호와 박수로 그를 맞았다.

“병상에서도 마음 속 시계는 항상 학교에 맞춰져 있었어요. 창밖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때면 ‘학생들이 중간고사 준비에 바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는 3년 전 수술을 받았던 유방암이 지난해 9월 척추암으로 전이되면서 강단을 떠났다.

퇴원 후에도 엄격한 식이요법과 항암치료가 계속됐다. 얼마 전에는 폐렴이 생기는 바람에 2주 동안 입원해야 했다. 앞으로도 감염에 주의하면서 매주 항암치료를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장 교수는 수업 시간 내내 쾌활한 목소리로 학생들을 영문학의 세계로 안내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앉은 채 수업을 듣던 1학년 민차연(21·여) 씨는 “편찮으신데도 불구하고 밝은 모습으로 강의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 장 교수는 대학원생을 위한 ‘19세기 영문학사’ 수업도 맡아 매주 5시간 반씩 강의할 예정. 3월 초 출판될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비롯해 문학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을 펴낼 계획도 갖고 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쓴 스토 부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고통이 너무 심해서 더 이상 1분 1초도 견딜 수 없다, 이제 쓰러져야겠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고통이 끝나는 때’라고…. 저도 ‘인내하면 분명 고통의 끝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어려운 분들께 힘이 되고 싶습니다.”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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