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립대 출신인 아들이 어머니와 공모해 지방 소재 명문대 교수인 아버지를 살해해 달라고 청부살인업자에게 의뢰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인터넷을 통해 청부살인업자 김모(29·구속) 씨에게 돈을 주고 아버지 김모(51) 교수의 살해를 의뢰한 혐의(존속살해 예비 및 음모)로 7일 아들 김모(24·병역특례업체 근무)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 김 씨는 어머니 박모(50) 씨가 지난해 12월 말 인터넷 ‘제거전문킬러’ 사이트를 운영한 김 씨에게 남편의 살해를 의뢰한 청부 건에 가담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올해 1월 초 어머니가 ‘지난해 말 청부살인을 의뢰했다’고 털어놓으며 공모를 부탁했다”면서 “평소 아버지를 싫어한 데다 아버지와의 불화가 심했던 어머니가 불쌍해 청부업자와 살해 방법을 모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부인과 아들은 청부업자 김 씨에게 ‘김 교수의 살해에 성공하면 장례가 끝나는 대로 1억50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청부살인업자 김 씨의 통장에 박 씨의 명의로 3차례에 걸쳐 착수금 240여만 원이 입금됐다”고 밝혔다.
청부살인업자 김 씨가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검거돼 송금한 흔적이 나타나자 박 씨는 지난달 28일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박 씨와 아들 김 씨는 지난달 26일 경찰에 불려와 “어떤 사람에게 진 빚과 관련해 김 씨로부터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고 돈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 씨 등은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김 교수의 출퇴근 경로 및 주차 위치 등을 청부업자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이후 방식을 변경해 사제폭탄을 대전에 있는 김 교수의 거처로 보내 살해하는 방법도 논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박 씨가 2002년 다단계 판매업에 손을 대고 카드빚도 쌓여 1억3000여만 원의 빚을 남편이 대신 변제하는 등 돈 문제로 말썽이 있었다”며 “남편이 모르는 빚 8000만 원도 있어 2억 원 상당의 남편 보험금과 퇴직금을 타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으면서 경찰이 강압 수사해 아들이 거짓 진술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탄원서를 내는 등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아들 김 씨도 아버지와 면담한 뒤인 7일 오후부터 태도를 바꿔 “범행 내용도 자세히 모르고 어머니를 말리려 했다”며 이전 진술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경찰은 박 씨가 이미 숨졌고 아들 김 씨의 진술 이외에는 박 씨가 연루됐음을 입증할 증거가 거의 없어 김 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청부업자의 통장에 돈을 입금한 계좌 및 인터넷주소(IP) 등을 추적하고 있다.
청부살인업자 김 씨는 최근 30대 가장이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자녀의 살해를 의뢰했던 바로 그 사람(본보 3월 1일자 A8면 보도 참조)으로 경찰이 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이 사건을 새로 밝혀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30代실직자, 이혼요구 아내-초등생 아들 숨지게▼
30대 실직자가 이혼을 요구하던 아내를 흉기로 살해하고 11세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9세 딸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7일 최모(39·무직) 씨를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 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6일 오후 10시경 대구 달서구 진천동 모 빌라의 자기 집 작은방에서 아내 김모(34·미용실 주인) 씨의 목과 턱 등을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뒤 옆에서 자고 있던 아들(초등학교 5학년)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최 씨는 이어 딸(초등학교 2학년)의 목과 머리를 흉기로 마구 찔러 중상을 입혔다.
최 씨는 경찰에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중 미용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은 않고 매일 술만 마시느냐.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갈라서자’고 말해 말다툼을 벌이다 아내가 갑자기 아이들이 자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버려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범행 후 흉기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자 경찰에 자수했다.
3년 전 모 자동차 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다 그만둔 뒤 아내의 미용실 수입으로 생활해 온 최 씨는 ‘실직문제’로 자주 부부싸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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