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선 지난해 삼성전자 백색가전 부문이 통째로 광주로 옮겨 오고,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신형 스포티지를 비롯한 차량생산라인을 연간 45만 대 수준으로 늘린 것을 ‘되는 일’로 꼽았다. 이 일은 울산과 대구 등의 지역방송사들이 특집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등 이미 전국적으로 되는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말보따리의 대부분은 ‘안 되는 일’을 지적하는데 풀어 놓았다.
지난해 11월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부정사건’과 올해 초 터진 ‘기아자동차 채용비리사건’이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전국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광주지하철의 중국산 저질석재 시공사건’은 이 지역 공직풍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그는 “이들 사건은 각각 다른 곳에서 다른 배경 아래 발생했지만 눈 여겨 보면 모두 ‘원칙 실종, 정실 중시’에서 비롯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광주인들이 이런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점”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 시점에 새삼 그의 말을 옮기는 것은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가 2일 남구 봉선동 택지지구 내 일명 ‘석산공원’을 준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 주는 또 하나의 무원칙이 발생했기 때문.
사업시행자인 남구청은 시 도시계획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공사부터 벌였다. 남구청은 이것이 도시계획법 등 위반임을 시인하면서도 “석산 붕괴 위험과 길 건너 쓰레기매립장과 관련한 집단민원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용도변경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방식을 택한 셈.
광주시도 원칙을 세우기보다는 남구의 위법 행정 뒤치다꺼리에 급급했고 결국 ‘이 곳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당초 남구청의 계획을 믿은 주민들만 허탈하게 됐다.
“과연 광주의 ‘안 되는 일’ 행진은 언제 끝날지….”
그 기업인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김 권기자 goqu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