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달리면 희망의 빛이 보여요”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11분


13일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 1급 시각장애인 문명근 씨(앞줄 오른쪽) 등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참가자들과 이들과 함께 손목을 묶고 달린 ‘SFR 마라톤클럽’ 회원들. 김미옥 기자
13일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 1급 시각장애인 문명근 씨(앞줄 오른쪽) 등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참가자들과 이들과 함께 손목을 묶고 달린 ‘SFR 마라톤클럽’ 회원들. 김미옥 기자
“마라톤에서 장애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3일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한 문명근(35·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씨는 2m 앞에 있는 물체의 형체도 겨우 흐릿하게 보일 정도인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문 씨는 이날 두 번째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해 4시간 39분 12초의 기록을 세웠다.

6일 서울마라톤클럽에서 개최한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해 4시간 30분이라는 완주기록을 세운 그가 일주일 후 또다시 풀코스 도전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심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맸다.

힘찬 레이스… 새봄을 열었다
추우면 어떠랴, 바람이 불면 어떠랴. 2005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마스터스 부문 출전자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출발하고 있다. 국내 마라톤 사상 최다인 2만1067명이 마스터스 부문에 출전한 이번 대회는 다채로운 응원행사와 함께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졌다. 김미옥 기자

문 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을 알게 되면서부터. 문 씨와 회원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서울 남산 산책로에 모여 왕복 7km 코스를 두 세 차례 달리며 훈련해 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과 자매결연한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손목을 묶고 뛰었다. 눈 역할을 하는 도우미들은 마라토너에게 좌우 방향은 물론 오르막 내리막의 각도를 미리 알려주고 주위 상황도 꼼꼼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이날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에서 문 씨와 함께 출전한 4명 가운데 다리를 다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그동안 84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이용술(44) 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가둬놓고 세상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마라톤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그의 기록은 4시간 11초.

또 2003년 10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위를 차지한 바 있는 이귀자(47·여) 씨도 참가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3시간 45분을 기록했다.

특별취재반

▼“서울도심 가로지르는 기분 환상적”▼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달려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습니다.”

서울고법 김이수 부장판사(오른쪽)와 정선자 씨 부부.
서울고법 특별11부 김이수(金二洙·52) 부장판사와 정선자(丁善子·51) 씨 부부는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하기 위해 지난 3개월간 혹독한 ‘동계훈련’을 했다. 부인 정 씨가 건강을 위해 2002년부터 달리기를 먼저 시작해 이듬해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김 판사도 2003년 입문했다. 지난해 각각 풀코스를 완주했다.

정 씨는 이날 마라톤 선배답게 김 판사보다 10분 앞선 4시간 26분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록 부인에겐 졌지만 김 판사 역시 자신의 최고기록을 30여 분이나 앞당겼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외국인이 참가한 가운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각종 묘안을 짜내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이 적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온 스티브 파니자(40) 씨는 한국시장 조사를 위한 출장기간을 일부러 대회가 열리는 13일을 포함해 잡았다. 2주 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출장 온 피에르 조사(49) 씨는 출장기간이 끝나자 급하게 1주일 휴가를 얻어 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최고의 인기를 끈 응원전은 마라톤 동호회 ‘런너스클럽’ 회원들이 종로2가 보신각 앞에서 펼친 ‘황금마차’의 응원. 스파이더맨과 배트맨, 슈퍼맨 등의 복장을 한 20여 명이 율동을 가미한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비키니수영복 차림으로 대회에 참가한 ‘달리는 황금마차’ 김종섭 씨는 보신각 앞에서 30여 분간 멈춰 서서 각종 율동으로 선수들을 독려해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모두 3800여 명. 출발지점과 코스 곳곳 및 골인지점에서 3200여 명이 레이스를 거들었고 119재난통신봉사단, 가천길대학 응급구조사, 인라인패트롤, 한국사회체육진흥회 스포츠마사지회(이상 각 80명), 한국생활체육지도자협회 재저사이즈 회원(240명)도 동참했다.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최화경 부장, 김화성 권순일 차장, 장환수 안영식 이원홍 김종석 양종구 김성규 기자

▽사회부=이광표 이종훈 정원수 이재명 이진한 조이영 장강명 정양환 김재영 유재동 정세진 신수정 문병기 동정민 기자

▽사진부=김동철 부장, 석동률 박경모 차장, 김동주 신원건 원대연 박영대 최혁중 김미옥 권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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