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 배워 다시 취업 도전”…직업학교 신입생 29%가 대졸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41분


《지방 국립대를 나온 임모(35) 씨는 올해 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가 특수용접을 배우고 있다. 임 씨는 “떳떳하게 취업하거나 창업하기 위해서는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 무슨 용접일이냐’고 만류하지만 소신껏 열심히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직업훈련장을 찾는 고학력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엔 대부분 고졸자가 진학하던 직업전문학교를 비롯해 생산현장의 중간 기술자를 양성하는 기능대학,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으로 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U턴’하고 있는 것.

이모(31·강원대 졸) 씨는 원주직업전문학교 메카닉디자인과 신입생이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3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초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며 “전문기술을 배워 안정적인 직업을 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모(33·여) 씨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올해 경기 수원 동남보건대 안경광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고교 교사를 하다 결혼한 뒤 두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 왔다”며 “나이 들어서도 전문성을 살려 일을 하고 싶어서 다시 진학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전국 21개 1년제 국비 훈련기관인 직업전문학교의 연도별 고학력자(전문대와 4년제 대학 졸업자) 지원 현황에 따르면 고학력 지원자가 2003년 1816명(전체 지원자의 16.1%), 2004년 2947명(21.5%), 2005년 4472명(30.4%)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직업전문학교의 입학자 수도 2003년 907명(13.2%), 2004년 1229명(18.0%)에 이어 2005년 1901명(전체 입학생 6555명의 29.0%)으로 급증 추세다.

이런 사정은 전문대 기능대도 마찬가지여서 기능대학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고학력자 지원이 29.8% 증가했다.

인천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기업의 고용구조 변화, 장기화된 청년실업난으로 고학력자들이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직업학교로 몰려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능대학 관계자는 “일반 대학에 다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전문기술을 익히려고 기능대에 재입학하는 사례도 많다”며 “이들 대부분이 인문·사회계열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제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진로교육에 대한 인식도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세대 김농주(金弄柱) 취업상담과장은 “일종의 서열의식 탓에 대졸자들이 관리직 등 특정 직종에 몰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며 “고학력자도 직종에 상관없이 소신껏 일자리를 찾으려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하대 김흥규(金興圭·교육학) 교수는 “성적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공을 고를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한 진로 선택 패러다임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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