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兆원 굴리는 공무원연금공단 ‘구멍 숭숭’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06분



공무원연금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현직 임직원들이 투자 명목으로 건설시행업체에 수백억 원씩을 대출해주고 억대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00만 명에 이르는 퇴직 공무원의 노후를 위해 조성되는 3조 원대의 공무원연금 운용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은 눈먼 돈?=2002년 말 이후 민간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에 공단이 공동투자 명목으로 대출한 건수는 모두 5건. 이 중 3개의 사업에서 대출을 둘러싼 청탁과 뇌물 커넥션이 드러났다.

제주 오라지역에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건설시행업체 G사 대표 계모 씨는 지난해 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으나 담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계 씨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투자(대출)를 받기 위해 공동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역시 탈락하자 전직 공단 과장 출신으로 건설시행사를 운영하고 있던 김모(44) 씨를 찾아갔다.

그는 공단에서 500억 원을 투자받게 해주면 10%인 50억 원을 주기로 하고 먼저 12억 원을 김 씨에게 건넸다. 김 씨를 통하자 대출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계 씨는 김 씨에게 38억 원을 추가로 건넸다. 50억 원을 챙긴 김 씨는 대출을 도와준 공단 간부 2명에게 각각 1억여 원씩을 줬다.

공단 내 서열 2위였던 이모(58) 전 사업이사는 경기 고양시와 용인시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하던 D, S 건설시행업체에 공단이 각각 950억 원과 260억 원을 투자(대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대가로 각각 4억 원과 1억1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S사는 제주지역 500억 원 대출 과정에 브로커 역할을 했던 공단 과장 출신 김 씨가 직접 운영하던 건설시행업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는 전 사업이사 이 씨와 공단 복지시설 건설단장(1급) 박모(56) 씨를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50억 원을 챙겨 일부를 뇌물로 건넨 전직 공단 과장 김 씨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매년 수천억 적자, 국민 세금으로 메워=공단 측은 “투자한 돈의 원리금 확보를 위해 근저당 설정 등 철저한 장치를 마련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공단의 원리금 회수나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으며 기금 손실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출(투자) 과정에 법적 하자는 없지만 앞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의 올해 적자 규모는 6344억 원. 적자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2010년까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 줘야 하는 규모가 1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집계됐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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