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에 이르는 퇴직 공무원의 노후를 위해 조성되는 3조 원대의 공무원연금 운용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은 눈먼 돈?=2002년 말 이후 민간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에 공단이 공동투자 명목으로 대출한 건수는 모두 5건. 이 중 3개의 사업에서 대출을 둘러싼 청탁과 뇌물 커넥션이 드러났다.
제주 오라지역에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건설시행업체 G사 대표 계모 씨는 지난해 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으나 담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계 씨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투자(대출)를 받기 위해 공동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역시 탈락하자 전직 공단 과장 출신으로 건설시행사를 운영하고 있던 김모(44) 씨를 찾아갔다.
그는 공단에서 500억 원을 투자받게 해주면 10%인 50억 원을 주기로 하고 먼저 12억 원을 김 씨에게 건넸다. 김 씨를 통하자 대출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계 씨는 김 씨에게 38억 원을 추가로 건넸다. 50억 원을 챙긴 김 씨는 대출을 도와준 공단 간부 2명에게 각각 1억여 원씩을 줬다.
공단 내 서열 2위였던 이모(58) 전 사업이사는 경기 고양시와 용인시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하던 D, S 건설시행업체에 공단이 각각 950억 원과 260억 원을 투자(대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대가로 각각 4억 원과 1억1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S사는 제주지역 500억 원 대출 과정에 브로커 역할을 했던 공단 과장 출신 김 씨가 직접 운영하던 건설시행업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는 전 사업이사 이 씨와 공단 복지시설 건설단장(1급) 박모(56) 씨를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50억 원을 챙겨 일부를 뇌물로 건넨 전직 공단 과장 김 씨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매년 수천억 적자, 국민 세금으로 메워=공단 측은 “투자한 돈의 원리금 확보를 위해 근저당 설정 등 철저한 장치를 마련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공단의 원리금 회수나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으며 기금 손실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출(투자) 과정에 법적 하자는 없지만 앞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의 올해 적자 규모는 6344억 원. 적자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2010년까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 줘야 하는 규모가 1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집계됐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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