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가 14일 사실상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함께 한나라당 내 차기 대선주자 ‘빅3’로 꼽히는 손 지사의 발언은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대선에 임하겠다는 의미다.
손 지사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2년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연임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내년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 경기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 뒤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일은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손 지사의 발언은 자신의 도지사 재출마 여부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손 지사가 뒤처지자 손 지사가 일단 도지사직을 연임한 뒤 ‘차(次)차기’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손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를 찾아 박 대표에게 “행정도시법의 여야 합의 처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행정도시법 반대’를 천명한 이 시장에 맞서 박 대표와의 ‘전략적 제휴’를 암시한 셈이다.
그는 “지역 간 상생(相生) 발전이란 시대적 대의는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경기 과천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손 지사는 “차기 집권을 위해 ‘3개의 산’을 넘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의 산은 △영남 중심의 지역주의 산 △‘보수꼴통’으로 비친 이념의 산 △‘노인당’ 이미지로 굳어진 세대의 산이라고 규정했다. 자신이 수도권 재야 출신으로 ‘뉴 라이트’의 기수를 자임하는 젊은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얘기로 들렸다.
이날 손 지사의 경기지사 불출마 발언에 이 시장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트 손학규’를 노리는 남경필(南景弼) 김문수(金文洙) 전재희(全在姬) 김영선(金映宣) 임태희(任太熙) 의원 측은 손 지사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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