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콜(뿔이 달린 큰 양의 일종) 수컷 한 마리가 자신의 암컷을 유혹하는 히말라야타알에 맞서 싸우다 두 개의 뿔이 모두 빠져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대공원 동물원 내의 동물번식장. 희귀 야생동물의 번식을 유도하기 위해 2000년 동물원 북쪽 맨끝에 설치한 일종의 '동물용 러브호텔'이다. 철망으로 구분된 10여개의 방에 마콜, 히말라야타알, 노루, 늑대, 살쾡이, 오소리, 은여우 등 희귀동물 5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처절한 사랑싸움은 히말라야타알 수컷 한 마리가 철망 너머 옆 방의 마콜 암컷을 유혹하면서 시작됐다. 히말라야타알이 서너차례 몰래 마콜 암컷을 유혹하다 마콜 수컷에게 들통이 났다. 현장을 목격한 마콜 수컷은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철망 뒤편의 히말라야타알을 향해 돌진했고, 그로 인해 두 개의 뿔이 모두 통째로 빠져버리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히말라야타알은 무사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동물원 관계자도 이를 막을 틈이 없었다. 마콜은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예측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자 동물원엔 초비상이 걸렸다. 발정기인 봄을 맞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 동물들의 발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동물들 사이의 접촉을 밀착 감시하기로 했다.
대공원의 한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고이긴 하지만 마콜 수컷의 순애보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여직원들 사이에선 '남자들이 마콜의 뜨거운 사랑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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