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제자의 비행을 신고한 실적을 기준으로 포상까지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학교폭력 실태 파악=교육부는 15일 학교폭력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학교폭력 신고 실적이 우수한 학교, 학교장, 교사에게 표창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열린 교육부 등 8개 부처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일선 학교들이 관계자 문책이나 시도교육청의 학교평가에서 감점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현상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부는 또 경찰청 등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교원단체, 가해 또는 피해 학생과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실태조사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학교폭력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게 된 사람도 학교장 또는 자치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고, 교사가 알게 된 경우는 학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교육적 행위 논란=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 폭력신고 창구가 마련됐지만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문책을 우려해 ‘입단속’을 시키는 사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해자도 제자인데 교사가 가해 학생을 신고하고 그 실적으로 포상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세대 한준상(韓駿相) 교수는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다급해지자 무리한 대책을 내놓은 것 같다”며 “교육적인 문제를 탈(脫)교육적인 방법으로 풀려고 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지전문대 남승희(南承希·교육학) 교수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는 것도 옳지 못한 비교육적인 행위”라며 “하지만 교사의 신고는 그 자체로 그쳐야지 실적을 따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교총 한재갑(韓在甲) 대변인은 “학교폭력을 적발이나 처벌 위주로 보는 것은 근본대책이 아니다”며 “상담교사 확충 등 교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송연숙(宋姸淑) 사무국장은 “교내 폭력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에 와 왔다는 증거”라며 “학교폭력을 치유하기 위한 유인책이자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고 실적을 포상과 반드시 연계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기관평가 때 참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학교에서 비행학생 선도 노력을 계속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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