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출범 10년만에 최대위기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14분


민주노총은 15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에서 노사정 대화복귀(사회적 교섭)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려 했으나 복귀 반대파들이 대회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대회가 또 다시 무산됐다. 집행부는 “일주일 내에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민주노총은 15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에서 노사정 대화복귀(사회적 교섭)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려 했으나 복귀 반대파들이 대회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대회가 또 다시 무산됐다. 집행부는 “일주일 내에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민주노총의 노사정(勞使政) 대화 복귀가 일부 강경파의 반대로 또 다시 무산됐다.

이로써 올해 들어 3차례의 노사정 대회복귀(사회적 교섭) 시도가 모두 무위에 그치며 민주노총은 출범 1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난장판 된 대회장=15일 민주노총(위원장 이수호·李秀浩)의 제35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 2층 대강당.

오후 2시로 예정된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둔 오후 1시부터 ‘노사정담합·사회적합의주의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 소속원 등 복귀 반대파 조합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50여 명으로 구성된 집행부 측 질서유지대의 저지를 뚫고 대회장에 진입한 것은 오후 1시 40분경. 대회장을 점거한 채 “사회적 교섭 폐기하라” “총파업 조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 대회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주최 측은 황급히 장내 정리에 들어갔지만 수적 우세를 앞세운 반대파 조합원들의 물리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오후 2시 20분경에는 단상까지 반대파에 의해 점거됐다. 이 과정에서 질서유지대와 반대파 간에 욕설과 멱살잡이가 오가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조합원이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정상적인 대회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강승규(姜承奎) 수석부위원장이 오후 3시 5분쯤 단상에 올라 “일부 강압적인 세력에 의해 임시대의원대회가 무산됐다. 일주일 내에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해 대회는 결국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위기의 민주노총=이수호 위원장의 집행부는 지난달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이어 또다시 강경파에 밀려 노사정 대화 복귀에 실패함으로써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이 위원장과 집행부가 사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의원들의 뜻이 아닌 소수의 폭력 행위로 민주질서가 무너진 만큼 물러날 이유가 없다. 오늘 사태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사태를 내부 기강 확립의 계기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올해 3차례의 대의원대회가 모두 무산되며 집행부의 지도력이 타격을 입어 앞으로 현장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에 따라 집행부가 현장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4월에 총파업 투쟁에 나서는 등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회 무산을 주도한 전노투=지난달 1일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폭력사태를 주도한 핵심세력은 전노투 멤버들.

전노투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기구 구성을 반대하며 지난해 8월 결성됐다. ‘역사를 생각하고 계급을 생각하고 사회적 합의주의를 거부하라’는 게 이들의 슬로건. 전노투에는 20여 개의 각종 노동자 관련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웨이’ 선언한 정부와 노사정위=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참여가 또다시 물 건너가면서 노사정위의 조기 정상화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관련 법안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등 현안들이 산적한 올해의 노사 관계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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