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우리 소나무 직접 지킨다”

‘지역 소나무는 우리가 직접 지킨다!’

경북 영덕군 남정면의 송이 채취농민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돈으로 소나무 불법채취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키로 하고 근무조를 편성해 순찰에 나서는 등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남정면의 소나무가 바닷바람 등의 영향으로 모양이 독특한 것이 많아 전국의 조경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불법채취가 늘자 송이를 보호하고 지역 명물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

송이 생산량이 많은 남정면의 장사, 양성, 원척리 등 3개 마을 주민들은 이달 초 마을별로 200만 원씩 모두 600만 원을 마련해 소나무 불법채취 신고자에게 건당 1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남정면사무소는 이를 위해 관련 통장을 개설했으며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신고가 접수되면 포상금 지급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또 이들 3개 마을 주민들은 ‘소나무 불법채취 신고 포상금 지급’ 등의 글이 적힌 현수막을 도로변 곳곳에 내걸고 매일 차량 등을 이용해 송이가 많이 생산되는 야산 진입로 등을 순찰하고 있다.

장사리의 경우 ‘진불청년회’ 회원들이 4명씩 6개조로 나눠 매일 오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소나무 불법채취를 감시하고 있다.

진불청년회 측은 최근 야간에 소나무를 밀반출하려던 지역 주민 1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진불청년회 박창열(朴昌烈·50) 회장은 “소나무 불법채취는 대부분 조경업자 등의 의뢰를 받은 지역 주민에 의해 이뤄진다”며 “주간에 ‘예비작업’을 한 뒤 야간에 화물트럭이나 이삿짐 운반차량을 이용해 소나무를 밀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면에서는 지난해 3월 봉전 2리에서 주민 A모(53) 씨가 소나무 15그루를 밀반출하려다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는 등 소나무 불법채취가 기승을 부려 송이 피해가 늘고 있다. 남정면의 경우 송이채취권을 얻은 농민 1500여 가구가 군유림과 국유림 등 100ha에서 연간 10억여 원 상당의 송이를 채취하고 있다.

남정면 김화식(金華植·42) 산업개발담당은 “조경용 소나무는 가지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고 수령 25∼30년, 키 2m 안팎으로 판매가는 최하 300만 원, 최고 2000만 원이나 된다”며 “주민들과 협조해 지역 소나무와 송이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