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도마에 오른 捕鯨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10분


《“급증한 고래 떼가 연안 어장을 망친다.” “고래는 여전히 멸종위기종이다. 고래 개체수가 급증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최근 울산 등에서 포경(捕鯨·고래잡이) 재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5월 27일부터 6월 24일까지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를 앞두고 울산 장생포 주민들은 포경 찬성국들과 함께 포경 재개 촉구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맞서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단원들이 18일 내한해 불법 포경 여부 조사에 들어갔으며 국내 환경단체들도 적극적인 반(反)포경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

▽높아지는 포경 허용 목소리=울산 장생포 주민들로 구성된 포경재개추진위원회(위원장 손남수·孫南水·70)는 최근 울산 남구청에 포경재개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 국립수산진흥원 연구원인 변창명(邊昌明·70) 씨는 “IWC가 상업포경을 금지한 1986년 이후 약 20년간 고래 떼가 급증해 한국 어장이 황폐화되고 바다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 씨는 “일본과 노르웨이 등은 ‘연구조사’를 목적으로 각각 연간 700여 마리의 고래를 잡고 있다”며 “우리도 연구조사 목적으로 연간 100마리 정도의 고래를 잡아야 연안 생태계가 안정된다”고 촉구했다.

“고래보호하러 왔어요”
18일 인천 국제여객터미널 제1부두에 입항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레인보 워리어’호. 555t급 규모의 동력범선으로 최신 전자 항해장비와 통신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경북 포항시 구룡포 채낚기협회 최상용(崔相龍·57) 회장은 “오징어 집어등 주위로 오징어 떼가 모여드는 순간 많을 때는 수백 마리의 고래 떼가 몰려와 오징어를 마구 먹어치워 빈 배로 돌아오는 일이 숱하다”며 “고래 떼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고래는 여전히 멸종위기”=환경운동연합은 IWC 울산 총회를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포경 재개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고래가 살아야 인간이 산다’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단체는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인 ‘레인보 워리어’호를 초청, 1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고래 보호운동을 펼친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실장은 “상업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후 80여 종의 고래 가운데 밍크고래와 돌고래 등은 증가했지만 귀신고래와 긴수염고래 등은 여전히 멸종위기 상태”라며 “현재 고래고기 식당에서 유통되는 고래 가운데 불법 포획된 것이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부는 포경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 윤분도(尹芬道) 사무관은 “포경 재개는 IWC 총회에서 회원국(현재 59개국) 투표를 통해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지만 매년 부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등은 매년 고래자원을 조사해 IWC에 보고하기 때문에 연구 목적의 포경이 가능하다”며 “우리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과학적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포경을 허용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0년에 육안관찰법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연안에는 긴부리 참돌고래 6만여 마리, 밍크고래 2500마리 등 11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래고기 유통 실태=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거나(혼획·混獲), 죽어서 떠내려 온(좌초·坐礁) 고래만 검찰의 지휘를 받아 시중에 유통시킬 수 있다. 지난해 57마리가 혼획 또는 좌초되는 등 매년 약 68마리가 합법적으로 유통된다.

전국의 고래고기 식당은 울산 30여 곳 등 총 5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 식당에서 하루 평균 500kg(업소당 10kg)의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하면 연간 1t짜리 고래 150마리가량이 소비되는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추정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한국에 온 그린피스 레인보 워리어 號▼

“우리는 녹색의 평화로운 지구를 위해 영원히 항해할 겁니다.”

18일 오전 11시 인천 중구 국제여객터미널 제1부두. 그린피스의 대표적 캠페인 선박 ‘레인보 워리어’(Rainbow Warrior·무지개 전사) 호가 들어와 정박했다.

그린피스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 선적의 이 배는 길이 55.2m, 폭 8.54m 규모의 555t급 동력범선. 모두 28명이 탈 수 있으며 최대 속력은 12노트.

세계를 누비는 선박치고는 다소 규모가 작고, 1957년 건조돼 외형은 낡아 보였으나 배에 올라 보니 최신 전자 항해장비와 통신설비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 장비들을 이용해 전 세계 그린피스 회원들에게 항해일지와 환경모니터링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그린피스는 이 배를 타고 멸종위기에 놓인 고래 등을 남획으로부터 보호하고 방사능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이 배는 그린피스의 두 번째 레인보 워리어 호. 첫 배는 1985년 프랑스의 핵실험에 반대하기 위해 뉴질랜드에 정박 중 프랑스 정보요원에 의해 폭발돼 침몰했으며 1989년 현재의 배를 구입해 맥을 잇고 있다.

선장 데렉 니콜스 씨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배는 21일 인천항을 떠나 제주(25일) 남해안(26일) 포항(27일) 부산(4월 2일) 울산(4월 4, 5일) 등에 들를 예정이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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