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직원들, 고구마장수 딱한 사정에 50상자 사줘 벌금납부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19분


벌금 70만 원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갇혀 노역(勞役)을 할 위기에 처한 고구마 장수에 대해 검찰이 고구마를 사주고 그 돈으로 벌금을 내도록 해 노역장 유치를 면하게 해줬다.

노역장 유치는 벌금 등을 내지 않은 경우 1일 환산금액만큼 교도소에 가두어 ‘몸으로 때우도록’ 하는 환형(換刑) 처분이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지청장 김제식·金濟植)은 16일 벌금 70만 원을 내지 않은 김모(52)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고구마를 팔기 위해 무면허 상태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다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은 상태.

벌금 미납으로 검거된 경우 현장에서 벌금을 내지 못하면 바로 노역장에 유치되며 벌금을 납부해야지만 풀려난다.

하지만 검찰은 시장에서 고구마를 팔아 생계를 잇고 있는 김 씨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노역장 유치를 유보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김 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고 부인이 지체장애 3급이기 때문에 노역장에 유치될 경우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처지였다. 또 김 씨의 집에는 제때 팔지 못한 고구마 50상자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썩어 가고 있었다.

김 씨의 사정을 전해들은 목포지청은 김 씨의 집에 있던 고구마 50상자를 35만 원에 구입해 공익근무요원과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또 김 씨에게 벌금 70만 원 중 절반만 내고 나머지는 형편이 나아지면 내도록 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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