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대형 공기업 노조 중 상당수는 지방 이전 반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노조 위원장은 ‘강제이주’, ‘헌법상 보장된 인권 침해’, ‘가족해체 조장’ 등 격한 용어를 써가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각 공기업이 업무 효율을 고려해 전국 각 지역의 인구와 특성에 맞춰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보가 각 노조를 상대로 조사한 이전 반대 논리를 사생활 불편과 업무의 효율성 문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교육환경 제대로 갖출지… 私교육비 늘어날것▼
지방 교육환경의 질이 수도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전하는 지역에서 자녀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자녀의 학력 저하를 막으려면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걱정이다. 게다가 그 비용을 감수하려 해도 학원 등 사교육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강원 영월군은 대한광업진흥공사를 유치하기 위해 군 내에 특수목적고를 세우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광진공 측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이필형 노조위원장은 “자녀교육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공공기관 이전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말가족 될 판… 가계부담 어떻게 감당하나▼
자녀가 있는 직원의 경우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질 경우 부부가 떨어져 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직원의 배우자는 수도권에 남아 자녀를 키우는 ‘주말부부’가 된다는 것.
맞벌이 부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퇴직을 하지 않는 이상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전력공사 김주영 노조위원장은 “국군 계룡대가 서울에서 충남으로 이전했을 때도 가족이 한꺼번에 옮겨간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전에는 두 집 살림을 할 여유가 있는 직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면 가계가 피폐해지고 가정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은 수도권에… 업무협력 비효율 어떡합니까▼
공공기관 대다수는 수도권에 모여 있는 관련 업체들과 긴밀한 업무협조를 해야 하므로 이전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경우 수도권에 농산물 보관 업무를 하는 기관 및 업체가 70%가량 몰려 있기 때문에 원활한 유통절차의 유지를 위해 공사가 지방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지동석 노조위원장은 “서울에 사무소를 둔 외국 관광업체 관계자들은 서울 밖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며 “만약 관광공사가 이전할 경우 해외여행 업계와의 접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부처와 협의 필수적… 시간-비용 낭비 불보듯▼
광진공과 한국도로공사는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질 경우 반드시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충남 연기-공주 인근으로 이전 지역이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많은 직원이 수시로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관계자들과 만나 업무 협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처들이 옮겨가는 행정도시 근처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
또 대형 공공기관들은 국회에서 진행되는 각종 입법 절차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전할 경우 서울에 있는 국회를 방문해 입법 관련 의견 개진을 하는 과정 등에서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해외 비즈니스 차질… 국제 경쟁력 떨어질텐데▼
공공기관 업무 중 일정 비율은 해외 방문 및 외국 인사들과 만나는 일이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과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불필요하게 낭비된다는 주장이다.
또 외국 인사들은 대부분 서울에 체류하기 때문에 이들과 수월하게 접촉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수도권에 있어야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한국석유공사 안재숙 노조위원장은 “해외 정보가 모이는 곳은 단연 서울이다. 만약 수도권을 벗어나 서울과 멀어지게 되면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기업(노조)별 지방 이전 반대 주요 이유 및 이전강행 시 선호지역 | ||
공기업 | 이전 반대 이유 | 선호지역 |
농수산물유통공사 | 전국적 농산물 유통 및 수출사업을 위해 수도권 소비지에 근접할 필요성 | 고려 안함 |
한국석유공사 | 해외유전개발 사업을 위해 해외교류가 원활하고 관련업체, 금융기관들이 몰린 수도권에 위치해야 함 | 인천 |
한국전력공사 | 전체 전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주요 설비들이 본사에 위치, 옮기는 데 엄청난 시간과 자금 필요 | 고려 안함 |
한국토지공사 | 지방에서는 전국적 국토균형발전, 대북사업 등이 어려움 | 충주, 제천 |
대한주택공사 | 수도권의 주택난이 지방보다 훨씬 심각하므로 현장에서 이를 먼저 해결해야 | 아산 |
농업기반공사 | 농업기반공사의 근간인 지방의 농지 위로 공공기관들 들어서는 것 반대 | 익산, 광주, 상주 |
한국가스공사 | 반대 움직임이 아직 뚜렷하지 않고 조만간 회의 통해 의견 수렴할 예정 | 인천 |
대한광업진흥공사 | 안정적인 국가 에너지 공급을 위한 투자사업, 해외 진출을 위해 중심지에 있어야 | 연기, 공주 근처 |
한국도로공사 | 전국 고속도로 네트워크의 원활한 관리 및 교통 서비스, 정보 등 제공 필요성 | 연기, 공주 근처 |
한국관광공사 | 해외프로모션 촉진, 호텔업계나 여행업계와의 연계활동이 어려워짐 | 서울, 경기 |
각 공기업 노동조합 측 설명 종합. |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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