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무차별 위조’ 기승… 2년새 60% 급증

  • 입력 2005년 3월 22일 18시 15분


현금통화는 물론 문화상품권 같은 유가증권의 위조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고가의 수입 컬러복사기 등을 동원한 전문 조직이 주로 위조를 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일반 컬러프린터 스캐너로도 위조가 가능해지면서 10대를 포함한 일반 회사원 등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위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그 대상 품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22일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통화 및 유가증권 위조사건은 모두 1948건으로 2002년의 1220건에 비해 6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 사는 김모(28) 씨 등 대학교 선후배 11명이 자신의 집에서 1000만 원짜리 어음 10장을 위조해 판매하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올해 1월 대전에서는 회사원 민모(46) 씨가 문화상품권 180여 장을 위조해 현금과 바꾸려다 덜미가 잡혔다.

10대 위조사범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중1 남학생이 1000원짜리 위조지폐 7장을 만들어 노점에서 붕어빵을 사먹다 붙잡혔다. 또 지난해 12월 경남 진주에서는 고교생 4명이 상품권 20여 장을 컬러프린터를 이용해 위조했다가 들통이 났다.

최근 들어 위조 대상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강원 평창의 한 스키장에서 양모(25) 씨 등이 어른용 리프트탑승권 150여 장을 위조해 팔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5월 경북 경주에서는 대형사우나 입장권 3000장을 컬러복사기로 위조해 판매하려던 일당 3명이 검거됐다.

한국은행 발권기획팀 김덕재(金德再) 과장은 “위조사범 가운데 사무기기를 잘 다루는 젊은층이 많은 게 특징”이라며 “경기침체에다 실업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위조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위조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

현금과 현금성 유가증권(수표, 어음 등)은 비교적 강력한 위조방지수단을 갖고 있지만 입장권 탑승권 버스회수권 문화상품권 등 상품성 유가증권은 무작정 위조방지수단을 추가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복제기술이 발달할수록 위조범의 위조비용은 싸지는 반면 위조방지비용은 더욱 비싸지기 때문에 위조의 유혹에 빠지기가 한층 쉽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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