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4월 임시국회 때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선정과 배치를 함께 논의하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행정도시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만큼 당정에서 세부 내용만 정하면 되는 사안. 하지만 당정이 야당을 빼고 이 문제를 단독으로 결정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각종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공기관 이전 결정에 대해 ‘공동책임’을 야당과 지도록 구도를 짜자는 게 여권의 속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결정하고 책임도 지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9일 미국 방문 중 “공공기관 이전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22일에는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도 거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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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 정책위의장은 이날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공공기관 180여 개를 각 시도가 일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여권은) 행정도시와 공공기관 문제로 야당을 괴로운 입지에 몰아놓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그 분열을 이용해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도 “한나라당이 당초 함께 논의하기로 한 약속을 깼다”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곤란한 입장과는 별개로 여당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이전에 따른 경제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기관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광주 전남에 이어 부산 대구 경북 전북 강원 등 7, 8개 광역자치단체가 유치 의사를 이미 밝혀 놓은 상태. 18일 열렸던 고위당정 회의에서도 당내 한전 유치를 둘러싼 과열 움직임을 차단하자는 논의가 벌어졌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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