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자진신고를 받고 있는 경찰에는 2주일 만에 일진회와 관련된 것을 포함해 2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일진회의 존재를 폭로한 정세영 교사가 “일진회를 알아야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단언했던 바로 그 조직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를 보면 정 교사의 폭로가 상당한 근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조직 결성과 함께 속칭 ‘앵벌이’를 강요하는 등 일진회의 그릇된 행태도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도 자진신고 가운데 피해 학생의 신고는 많아도 학교 측이 직접 적발하거나 신고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는 그동안 ‘폭로가 과장됐다’ ‘사실과 다르다’는 등 애써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에 급급했다. 일부 학교는 교사들에게 ‘우리 학교에 학교폭력은 없다’고 입단속을 지시했다고 한다.
학교폭력 실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학교가 쉬쉬하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다. 학교들은 체면 손상이나 불이익만 걱정해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폭력을 더 키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학교폭력 대책은 학생을 처벌하는 데 있지 않고 폭력을 근절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선도를 위한 교육적 배려도 필요하다. 그러나 실태를 알아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학교폭력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학교폭력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중에서 학교의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 학교들의 적극적인 근절 노력이 없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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