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신 비중을 강화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발표됐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사교육 의존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교육 당국의 정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 교육팀이 서울 강남, 노원, 양천, 종로구의 중고교 7곳의 중학교 3학년생과 고교 1학년생 856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년도보다 학원 수강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1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모두 수강하는 학생은 전체의 54.2%로 이 학생들이 중3일 때의 수강 비율 40.7%보다 13.5%포인트가 늘어났다.
또 대입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어 수강 비율이 43.2%에서 59.5%로 16.3%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3도 국 영 수 과외 비율이 56.5%로 전년도보다 6.1%포인트 높아졌다.
고1 응답자의 94.7%는 “내신 부담이 크다”고 대답해 새 대입제도의 첫 당사자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선 고교에서는 내신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이 급증하는가 하면 학원가에서는 내신을 집중 관리해 주는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16일 1학년 학부모 총회를 개최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의 경우 지난해에는 1학년 450명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했으나 올해는 350여 명이 참석했다.
중동고 김춘광(金春光) 교감은 “1년간의 학사일정, 수행평가 규정, 학생부 생활지침 등을 설명했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시험이 어려워지느냐’에만 쏠려 있었다”고 말했다.
고1 자녀를 둔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내신 1등급을 못 받으면 명문대 진학은 포기해야 한다”며 “과목 1등 동점자가 8%를 넘으면 대학이 절반만 인정해 1등급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세화여고 박범수(朴範守) 교사는 “내신 부풀리기에 대한 조치가 나온 뒤 1등급 받기가 어려워져 학부모들 사이에 내신 불안이 더 심해졌다”며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무시한 획일적 평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원장은 “4월 중간고사 성적이 나온 뒤 치열한 내신 경쟁을 피해 전학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신 비중 강화에 따라 학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정 과목 전문 학원들은 전 과목 내신 관리 학원으로 전환을 서두르며 인근 6∼8개 고교별 내신반을 만들거나 유명 강사를 초빙해 연일 특강을 열고 있다.
학원들은 고교의 기출문제는 물론 수업 노트를 입수한 뒤 교사의 출제 경향을 분석해 예상 문제집을 만들고 CD로 구워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예체능 과외도 많아 달리기 줄넘기 뜀틀 체조 노래부르기 초상화 그리기 과외까지 한다.
서울 강남의 한 탐구과목 학원장은 “수능 출제 방식 변화로 문을 닫는 탐구과목 학원들이 많았는데 새 대입제도의 내신 비중 강화 때문에 숨통이 트였다”며 “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학원에는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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